‘우아한 제국’ 이시강, 갑작스러운 배역 교체에도 담담할 수 있었던 까닭[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1.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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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우아한 제국’에서 장기윤 역을 연기한 배우 이시강. 사진 에이코닉



배우 이시강은 지난해 누구도 겪기 쉽지 않은 어려운 경험을 했다. 이미 주연이 결정돼 32회까지 방송된 일일드라마의 주연으로 대체된 것이다. KBS2 일일극 ‘우아한 제국’은 애초 주인공 장기윤 역으로 캐스팅됐던 배우 김진우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하차 의사를 전했다.

제작진에 김진우의 하차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는 짤막한 이유를 전했다. 결국 제작진은 급하게 대체 배우를 찾았고, 앞서 ‘비밀의 남자’ ‘으라차차 내 인생’ 등에 출연한 이시강이 캐스팅됐다. 말이 대체지만 그 안에는 급박한 속사정이 따랐다.

“휴식기였어요. ‘으라차차 내 인생’ 드라마를 하고, 뮤지컬 ‘정글라이프’도 하고, 신구 선생님과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마음은 춤춘다’도 했어요. 뮤지컬 ‘친정엄마’를 하고 쉬겠구나 생각했는데, 한영미 작가님께 전화가 온 거죠. 작가님과는 예전 ‘해피시스터즈’라는 드라마를 했어요. ‘상황이 이렇게 돼서 긴급투입이 되는 상황이라고 하시더라고요.”

KBS2 드라마 ‘우아한 제국’에서 장기윤 역을 연기한 배우 이시강. 사진 에이코닉



물론 그에게만 제안이 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주연배우의 갑작스러운 유고. 이시강의 마음에 번민이 일었다. 굳이 다른 배우가 다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따를 이유는 없었다. 들어가면 잘해야 본전이다. 게다가 장기윤은 극의 중심을 잡는 악역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제작사 대표님에게 전화하고 사정을 들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멘탈을 잘 잡고 극을 끌어갈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물론 제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제가 사람들에 휘둘리는 스타일도 아닌 거든요. 중심도 명확하고, 예민하지도 않고요. 축구선수를 했는데, 전반 25분에 교체로 투입되는 거로 생각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누군가 작품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면 그게 자신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출연을 결정하고 촬영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33회부터 투입이었다. 32회까지의 작품을 봐야 했고, 외울 대본을 찾아야 했다. 거기다 캐릭터 분석도 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장기윤을 그려가야 할지, 의상 콘셉트,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염려해야 했다.

KBS2 드라마 ‘우아한 제국’에서 장기윤 역을 연기한 배우 이시강. 사진 에이코닉



“기윤은 기본적으로 악역이었어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사실 때문에 마음이 뒤틀린 사람이었죠. (김)진우 형이 준비한 방식에서 살짝 저만의 것을 첨가하고 싶었어요. 세상에 이유가 없는 악역은 없잖아요. 그 이유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록 시청자분들은 나쁘다고 이야기하시겠지만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시강의 장기윤은 조금 무거운 이미지로 바뀌었고, 목소리의 톤도 다소 두꺼워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행이 어디 가지 않는다. 한창 더워지는 촬영장, 그는 감정장면을 위해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120부작인 ‘우아한 제국’을 끝까지 달렸다. 수시로 주체할 수 없이 화를 내는 장면이 많아 극한의 체력소모도 경험해봤다. 모든 것이 좋은 배우로의 자양분이라고 여겼다.

“실제 연기를 해보니 장기윤 같은 역할은 제가 처음 해봤더라고요. 사람도 죽이고, 표현도 센 그런 캐릭터요. 정말 배우로서 살아가는데 값진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는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지난해 ‘연기대상’ 일일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상도 수상했거든요. 그 부분도 뜻깊었습니다.”

KBS2 드라마 ‘우아한 제국’에서 장기윤 역을 연기한 배우 이시강. 사진 에이코닉



‘으라차차 내 인생’에서는 박해미와 모자 호흡을 맞추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에는 김서라와의 호흡이었다. 한지완과는 동갑으로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재클린 역의 손성윤도 테니스로 인연을 맺었다. KBS 작품을 많이 해서 세트 촬영의 카메라 감독들 역시 아는 얼굴이 많았다. 그렇게 그는 많은 이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의지로 일일극 사상 초유의 방송중단 사태를 온몸으로 막은 주역이 됐다.

“제가 인물에 대해 말씀드리는 부분을 박기호 감독님께서 많이 맞춰주셨어요. 믿고 맡겨주셨기에 더욱 더 최선을 다하고 싶었죠. 여러가지 힘든 점도 많았지만, 고통이 있어야 즐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합을 맞추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축구선수 출신으로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15년의 노력이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내는 배우 중 하나였지만, 전대미문의 환경을 스스로 뚫고 나오면서 방송가에 이시강의 이름이 갖는 신뢰도는 더욱 올랐다. 시련과 역경을 거쳐 사람은 강해진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더욱 단단한 배우로서의 2024년을 바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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