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 한계, 등록금 올려 해결해야"..비수도권大 줄인상?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학생들이 오고 싶은 대학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합니다."
높은 물가 상승률과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장기간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장학금 제도 등을 통해 대학을 독려하고 있지만, 그동안 쌓인 인상 요인들을 고려하면 정부 재정 지원으로는 충분치 않다는게 대학들의 목소리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대학 일부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어 2024학년도 1학기 등록금을 법정 한도 안에서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0년 고등교육법을 정비해 각 대학이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만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올해 한도는 5.64%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평가 등에 등록금 동결·인하 여부를 반영하고 있어 재정지원이 필요한 대학의 경우 사실상 등록금이 묶인 상황이다. 이에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한 일부 대학은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높아져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가 올라가면서 정부 재정지원을 포기하는 대신 등록금을 올리겠다는 대학들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광주 조선대는 등록금을 15년 만에 4.9% 올리기로 했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정기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15년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인상분은 전부 다 학생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조선대는 등록금 인상분으로 노후된 학교 시설을 보완하고 온라인 강의실 등 첨단 강의실을 구축하는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조선대의 경우 국가 장학금Ⅱ 지원액은 22억원 가량이고, 이번 등록금 인상분은 60억원 정도로 약 38억원의 차이가 난다. 김 총장은 교육부의 등록금 인상 자제 요청에 어긋나는 결정을 한 것과 관련해선 "왜 부담이 없겠나"고 하소연한 뒤 "사립대로서 교육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며 "교육부가 크게 걱정하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영산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평균 등록금을 5.15% 이하로 올리는 방안을 가결했다. 인상 여부는 총장 결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영산대가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게 되면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대구 계명대는 올해 학부 등록금을 4.9% 올리고 등록금 인상으로 지원받지 못하게 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인상한 등록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각 대학 등심위가 2월까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비수도권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수도권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는 추세다. 경기대와 단국대, 용인대, 평택대 등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은 대부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특히 재정지원 규모가 비교적 크고 학생들 충원이 비교적 수월한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도 등록금을 동결하는 분위기다.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경희대, 숙명여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대교협 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16년간 지속된 등록금 인하·동결 뿐만 아니라 입학금 폐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교육)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장학금 Ⅱ유형' 규제가 운영 자율성을 저해한다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대학이 등록금심의위원회 및 학생, 학부모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법정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를 과감히 폐지해 대학 운영과 대학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는 등록금 인상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총선을 불과 두달 남짓 앞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면 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등교육 재정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립대학구조개선법(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오는 4월 전에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데 폐교로 인한 지역 황폐화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구조개선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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