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5일전 대타 섭외받아 30번 무대선 곡이라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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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대타'지만 오히려 좋다.
만 3세 때부터 기타를 친 신동이자, 2008년 벨기에 프렝탕 기타 콩쿠르 최초 아시아·여성 우승 등 유명 국제 대회를 휩쓴 우리나라 대표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9)를 국내 무대에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박규희는 2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공연에서 당초 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가 내한해 연주하기로 했던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을 그대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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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아랑후에스 협주곡'
2일 국립심포니와 협연 무대
갑작스러운 '대타'지만 오히려 좋다. 만 3세 때부터 기타를 친 신동이자, 2008년 벨기에 프렝탕 기타 콩쿠르 최초 아시아·여성 우승 등 유명 국제 대회를 휩쓴 우리나라 대표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9)를 국내 무대에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박규희는 2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공연에서 당초 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가 내한해 연주하기로 했던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을 그대로 선보인다. 카라다글리치의 건강상 문제로, 섭외 연락을 받은 건 무대에 오르기 불과 5일 전. 박규희는 30일 매일경제와 만나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공연하는 등 30여 차례 연주해본 곡"이라면서도 "워낙 어려운 곡이라 (연주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하고 있다. 국립심포니의 풍부한 음향에 두께감 있는 사운드가 어떻게 나올지 저도 궁금하다"고 웃었다. 클래식 기타의 저변이 옅은 우리나라에선 협연이 많지 않았고, 주로 일본에서 연주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이 곡은 시력을 잃었던 작곡가 로드리고가 스페인 마드리드 남부의 아랑후에스 궁전 정원을 떠올리며 1939년에 지었다. 박규희는 "스페인의 밝고 청량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한다"며 "로드리고도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바람부터 느꼈다는데, 정원에서 맑은 기운을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악장은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주말 저녁 TV에서 흘러나오던 KBS 영화 방송 '토요명화'의 시그널송으로도 익숙한 애잔한 선율이다. 가장 많이 연주되는 기타 협주곡이기도 해서 박규희 역시 이 곡에는 따뜻한 추억이나 영광스러운 순간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다만 곡이 요구하는 초고난도 기교 탓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의 뼈아픈 기억도 있다. 데뷔 직후였던 2011년 일본 교토교향악단과 협연했을 땐 이 곡의 연주 경험도, 대규모 협연 경험도 적었던 터라 더 힘들었다고. "너무 긴장해서 악단의 연주도 안 들렸고, 전혀 감을 못 잡아 리허설을 망쳤어요. 인생을 통틀어 가장 창피하고 우울했죠. 그 후 수십 번 연주하며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책임감과 부담감이 따르는 곡입니다."
클래식 기타는 제대로 코드를 잡기조차 쉽지 않은 악기다. 생김새는 통기타와 유사하지만 쇠 줄이 아닌 나일론 줄을 써서 소리도, 연주 특성도 다르다. 대중가수와 성악가의 차이에 비견될 정도다. 현을 튕기는 오른손 손톱, 코드를 잡는 왼손 손가락이 악기의 일부다. 손가락 굵기, 손톱 길이, 습도 등 사소한 요소들도 소리에 직결된다. 박규희는 유려한 트레몰로(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음을 떨리게 하는 주법)의 귀재로 불리지만 그마저도 "몇 시간은 손을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기타를 품에 안고 놓지 않는 건 "공기처럼 있어 주는 매력" 때문이다. "기타 선율은 소박하고 듣기 편해서 계속 들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잠시 일본에 체류했을 때 어머니의 취미 생활로 가게 된 기타 학원에서 우연히 클래식 기타에 빠졌고, 말을 배우기도 전에 주법부터 배웠다. 그에게 기타는 당연한 일상이자 떼어낼 수 없는 짝이다.
박규희는 "꾸준히 연주하며 클래식 기타의 오리지널 레퍼토리와 무한한 사운드의 가능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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