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파는 주식도 담보대출…도 넘는 증권사 이자 장사
최근 증권사들의 연이은 대주주 주식담보대출 거절 사태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과도한 증권사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안정적인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해 짭짤한 이자 수익을 올리다가도 문제가 되면 반대매매 등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시장에 피해를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은 신용융자 이자, 미수금 이자 등과 함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꼽힌다. 주식담보대출의 주요 고객은 기업 오너들이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 중에는 보유주식의 지분가치는 높지만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금 융통을 위해 자기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증권사 역시 오너들이 현금에 궁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적극 영업에 나섰다. 최대주주의 지분은 웬만해선 시장에 나올 일이 없어 비교적 안정성이 높고 대출금도 보통 수백억원 이상이라 증권사 입장에서는 짭짤한 수익원이었다. 최근에는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주식담보대출금리 역시 연 6~7% 수준으로 높아졌다.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증권사에 주식담보대출 이자 수익은 효자 노릇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48개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신용공여 이자 수익은 2조19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신용공여 이자에는 신용거래 이자와 예탁증권담보대출 이자가 포함된다.
연간 1조6000억~1조7000억원 수준이던 신용공여 이자는 2021년 주식투자 열풍을 타고 2조7211억원으로 확 늘었다. 증시 침체기였던 2022년 주가 지수는 폭락했지만 신용거래와 담보대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신용공여 이자는 2조6473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증권사 주요 수익원이던 신용공여는 최근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와 영풍제지 폭락 사태 등으로 증권사 신용상품에서 무더기 손실이 발생했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유동성 위기마저 불거지며 신용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증권사 마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대주주 주식담보대출 연장 거절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대규모 반대매매로 이날 주가가 급락한 엔케이맥스의 경우 증권사의 상환 요청에 따른 반대매매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이오플로우의 경우에는 증권사의 일방적인 만기연장 불가 통보로 약 200억원 상당의 반대매매가 실행되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보로노이는 보호예수에 걸린 최대주주 지분마저 담보 대출을 실행해 논란이 됐다. 김현태 보로노이 대표는 유상증자에 자금을 보태기 위해 지난해 8월 본인의 지분을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50억원을 대출 받았는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만기를 앞두고 돌연 만기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문제는 담보 주식이 시장에 팔 수 없는 보호예수 지분이라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 보호예수 물량은 담보대출을 받을 때 거래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담보비율이 하락하더라도 반대매매를 할 수 없다. 대출을 실행한 증권사가 담보로 잡은 지분을 인수해 보호예수 기간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보로노이 유상증자를 위한 최대주주의 자금조달 필요성을 인정해 보호예수 지분에 대한 담보대출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보로노이의 상장과 담보대출로 상당한 수익을 냈던 한국투자증권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시장 변동성을 키우면서 비판이 커진다. 한국투자증권은 보로노이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하며 연 6.5%의 이자를 수취했다. 앞서 2022년 6월 보로노이가 상장할 때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공동주관을 맡아 520억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하며 상당한 상장 수수료를 챙겼다. 지난해 6월에는 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주관도 맡았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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