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텔레파시 칩, 뇌 이식 성공" 환호에 신경 전문의들 "글쎄"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종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일명 '텔레파시 칩'을 사람 뇌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작 신경 전문의들은 "새로운 것 없다", "확실하지 않은 게 많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앞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29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뉴럴링크'가 처음으로 인간의 뇌에 전자칩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그가 2016년 창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이다. 그는 환자가 "잘 회복하고 있다"며 "초기 결과에서 괜찮은 신경 자극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식된 전자칩의 이름을 '텔레파시(Telepathy)'라고 소개했다.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그러면서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언젠가는 심각한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뇌 임플란트를 사용해 커서를 움직이며 소셜미디어에 접속하거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스티븐 호킹이 빠른 타이피스트(타자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면서 "그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뇌에 이식한 칩 '텔레파시'는 머리카락의 4분의 1 크기로 작은 실 모양의 전극을 갖고 있다. 두개골 아래에 부착돼 신경세포(뉴런)의 전기신호를 전자칩과 주고받는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두개골 한 덩어리를 스마트워치로 교체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텔레파시'가 감지한 정확한 뉴런 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의 신상도 알려진 바 없다.
이번 임상시험 공개 발표에 대해 국내 뇌 신경 전문의들은 긍정적인 결과를 학수고대하면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성원재 교수는 "이번 임상 시험 착수 건에 대해 보고가 많지 않아 확실하지 않은 점이 많다"고 평했다.
칩 같은 '이물'이 뇌에 삽입될 때 뇌에서 이물감으로 여기면 면역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면역반응이 일어난다면 염증이 일어나 혈관 좁아지고, 뇌가 손상당하면서 뇌 기능 되레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뇌에서 통증·출혈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성원재 교수는 "텔레파시 칩이 면역반응을 최소화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줄었는지 보고된 게 없다"며 "뇌가 이물감으로 얼마큼 인식하는지, 부작용 발생 사례는 어떤 게 있는지 전혀 알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뇌에 뭔가(의료기기)를 심는 행위도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돼온 '뇌 심부 자극술'은 뇌전증의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뇌 심부 자극술은 말 그대로 뇌 깊은 곳에 전극을 심고, 그 전극 끝에 전기 자극을 줘, 치료를 꾀하는 방법이다. 두개골에 5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구멍 2개를 내고, 그 속으로 1㎜ 두께의 전극을 넣은 다음, 전극의 전선을 피부밑을 거쳐 가슴에 있는 배터리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뇌 심부 자극술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증상을 70% 정도 줄일 정도로 효과가 입증됐다. 심한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성원재 교수는 "뇌 심부 자극술에 사용되는 금속성 재질에 대해 뇌가 이물감을 잘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검증됐는데, 이런 소재를 뉴럴링크가 참고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시험을 승인했다는 점도 새로울 게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김영보(가천대 뇌과학연구소) 교수는 "뇌공학자 입장에서 이번에 일론 머스크의 발표는 하나도 새로운 게 없다고 본다"며 "못 걸어 다녔던 사지마비 환자가 걸어 다니게 된다면 그때 연구성과를 발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5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연구 수행 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가을 첫 번째 임상 시험 대상 모집을 시작했다. 김영보 교수는 "머리에 칩을 넣는 것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닐뿐더러 미국 FDA에서 임상시험을 승인한 것도 놀라울 건 아니"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연구 결과'라는 것. 김 교수는 "심한 강박증 환자 중에는 스스로 혀를 깨물어 잘라내거나, 자기 손가락으로 눈을 파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처럼 증상이 심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보호자의 동의도, 임상 승인도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뉴럴링크의 텔레파시 칩은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적용됐다. 사람이 생각할 때 뇌 신경세포(뉴런)가 내는 신호를 읽어 외부의 컴퓨터를 작동·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김영보 교수는 "BCI 기술은 인류가 개발해야 할 방향이 맞다"면서 "일론 머스크가 개발 방향을 잘 잡은 건 맞고,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지만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판단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성원재 교수는 "뇌 이상 있는 환자, 뇌 특정 위치에 외상을 입었거나, 선천적 결함이 있는 사람, 루게릭병·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이 있는 사람 모두 뇌 기능이 떨어져 있다"며 "텔레파시 칩이 다른 뉴런들과 협업하며 신호를 주고받고, 뇌파 생체신호를 만들어 전달할 수만 있다면 이들 환자의 떨어진 뇌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럴링크의 이번 임상시험은 칠전팔기 끝에 치러졌다. 뉴럴링크는 2019년부터 최소 네차례 전자칩 뇌 이식이 임박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못한 사실이 지난해 3월 뒤늦게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FDA는 뉴럴링크의 승인 신청을 반려하면서 각종 안전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FDA는 △전자칩이 두뇌 다른 부위에 침입하거나 △전자칩 제거 시 뇌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링크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지난해 5월 FDA로부터 임상시험을 최종 승인받았고 9월에는 시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통상 첫 번째 임상시험까지는 참가자 모집과 시험 설계에 1년 이상 소요되는데, 뉴럴링크는 불과 4개월 만에 모든 과정을 전광석화처럼 이뤄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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