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조롱 비매너 사우디 관중… 손흥민 “조용히 시킬 수 있어 기쁘다”

박선민 기자 2024. 1. 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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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선수들이 조현우가 승부차기에서 사우디의 골을 막자 킥을 차기 전 라인을 넘었다고 주장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4대 2로 이기고 8강에 진출한 가운데, 사우디 관중의 ‘비매너’ 응원이 논란이다.

31일 엑스(옛 트위터)에는 ‘사우디 관중’이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한국 네티즌들이 사우디 관중의 비매너 행위를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자, 해당 검색어가 실시간 급상승 목록에 오른 것이다. 네티즌들은 “사우디 관중들 너무 매너 없어서 짜증 난다. 우리나라 선수가 공만 잡으면 야유한다” “저렇게 야유하면 입술 근육 안 아픈가” “애국가 나올 때도 저러는 게 맞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사우디 관중은 우리나라 선수단과 관중을 향해 야유와 조롱 등을 이어갔다. 한 사우디 팬은 취재진을 향해 목에 엄지손가락을 대며 ‘한국은 끝났다’라는 의미의 제스처를 취했다. 꼬마 팬들조차 반대쪽 손바닥에 원을 그리며 ‘요리하겠다’고 도발했다.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땐 야유를 퍼부었다. 반면 사우디 선수들을 향해서는 환호를 보냈다.

사우디 관중의 무례한 반응은 현장에 있던 한국 팬도 고스란히 느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곤룡포를 입고 응원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던 축구 유튜버 박규태 씨는 ‘스브스뉴스’ 인터뷰에서 “아예 경기를 못 보게 깃발을 들어 올리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해서 방해했다”며 “(사우디의) 선제골 들어간 이후부터는 경기를 안 보고 저희를 봤다. ‘에~’하며 놀리거나 손가락으로 1을 표시한 뒤 득점을 과시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은 후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뉴스1
한국 팬이 사우디 관중과 무력 충돌로 눈 위에 상처를 입은 모습. /'스브스뉴스' 유튜브

박 씨는 “90분 내내 너무 힘들었고 온몸에 진이 다 빠졌다”며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이 축구 직관을 했는데, 이번 경기가 단연코 최악”이라고 했다.

한국의 극적 동점골이 들어갔을 땐 무력 충돌도 발생했다고 한다. 박 씨는 “앞에 있는 사람들이 저희한테 뭔가를 집어 던졌다. 저는 입고 있던 곤룡포가 찢어졌고, 옆에 있던 분은 물건을 눈에 맞아 눈 위가 찢어졌다”고 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 같은 사우디 관중의 방해에도, 후반 추가 시간 조규성의 동점골과 연장전 승부차기에서 손흥민·김영권·조규성·황희찬의 골로 경기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손흥민은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여기 4~5만명 사우디 팬들이 왔지만, 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선 경기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선수들이 정말 포기하지 않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승부차기를 차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여기 팬들을 조용히 시킬 수 있어서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 비난 받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팬분들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누가 점수를 내든 우리가 이런 결과를 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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