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재판부에 의견서 51건 내며 승부…‘수사정보 유출’ 강조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차장검사)가 연루된 ‘고발사주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1심에서 처음으로 유죄가 나온 사례다. 공수처가 손 검사를 기소한 지 1년8개월 만의 결과이자 공수처 출범 3년 만의 첫 성과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부실한 수사력 논란으로 ‘폐지론’까지 나왔던 공수처가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1년 9월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는 손 검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같은 해 11~12월 손 검사를 상대로 두 차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2022년 5월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검찰은 손 검사와 공모 관계에 있던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했다.
공수처는 재판에서 손 검사의 수사 정보 유출 정황을 구체화해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는 2020년 4월3일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텔레그램으로 여권 인물들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전송한 혐의 등을 받는데, 공수처가 앞선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만 총 51건에 달한다.
공수처는 선고를 앞둔 지난 1월18일과 22일에도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리는 ‘채널A 사건’의 수사 기록 사본이 포함됐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고발장이 손 검사장에게 넘어간 2020년 4월3일 무렵까지도 채널A 기자들이 고발장에 명시된 인물(제보자 지모씨)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히는 등 수사 정보에 준하는 비공개 정보가 고발장에 담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2020년 당시 손 검사가 있었던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 절차도 재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공수처는 이를 바탕으로 ‘고발장에 담긴 내용이 대검 수사정보관리관이 직무상 취득한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손 검사 측 주장을 반박했다고 한다.
법원은 공수처의 주장을 상당부분 받아들여 손 검사의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손 검사가 이 고발장을 이용해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미수에 그쳤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수처의 수사력 논란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전 부산지검 검사 고소장 위조 의혹 사건도 직접 기소했지만 각각 1·2심 모두 무죄가 나와 ‘식물 기구’라는 오명을 썼다. 공수처는 손 검사 사건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사유를 추가로 분석한 뒤 항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는대로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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