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硏 22곳 공공기관서 제외… 과학계 `덩어리 규제` 풀린다
운용·우수 인재 유치 유연해져
'과기출연연법' 등 재정비 필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오랜 숙원인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최종 확정됨에 따라 과학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6년 간 연구기관이라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공공기관 족쇄에 묶여 기관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에 애로가 있었던 출연연이 연구기관 다운 유연성과 도전·혁신적 연구환경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학계에선 덩어리 규제가 해소된 만큼 연구기관 성격과 연구개발 특성을 반영한 후속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31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 22개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 오찬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번 지정 해제로 22개 출연연은 보다 폭넓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세계적 석학 등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해 인력과 예산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출연연은 연구개발과 연구기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느 공공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관리 감독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기관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고, 자율·창의적 연구환경과 우수 인재 확보·육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공운법에 따라 인원(TO), 총액인건비, 경상비 제한, 블라인드 채용, 주52시간 근무, 임금피크제 등을 기관 혁신이라는 이름 하에 다른 공공기관과 똑같이 적용받아 혼란을 빚어 왔다. 이 때문에 연구 현장에선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강순방 KIST 혁신기업협력센터 전문위원(책임연구원)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과학계의 규제 덩어리를 없앴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정 해제는 앞으로 출연연이 도전·혁신·창의적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출발점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 22개 출연연의 경영 관리감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어가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성과에 기반한 관리체계를 신속히 마련해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계에선 지정 해제 이후 후속조치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된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은 시행령 등 후속조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4대 과기원은 1년 단위 경영평가와 감사를 받는 등 이전보다 성과 압박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공공기관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면서 연구기관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법률체계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과학계에서는 공공기관운영법에 준하는 역할을 담은 '과학기술출연연구기관법' 등을 정비하거나, 중장기적으로 사장 위기에 있는 '특정연구기관육성법' 개정을 통해 연구개발 목적기관 운영에 관한 별도 법률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관련, 향후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따른 운영방향과 제도개선 사항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현장과 소통을 통해 혁신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주한규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연구현장의 오랜 숙원이 해소된 것을 환영한다. 앞으로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출연연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 현장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연총) 회장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로 출연연은 우수 인재 확보와 자율·창의적 연구몰입 환경 조성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본래 취지에 맞는 지원과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과학기술 지원·육성 법령 및 지침들을 연구현장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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