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산’ 류경수 “연상호 감독은 귀인, 언제든 같이 하고파”

류경수가 ‘선산’이 넷플릭스 비영어 TV부문 글로벌 4위를 차지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류경수(32)가 다시 만난 ‘연상호 사단’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냈다.

지난 19일 전 세계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선산’(극본 연상호, 연출 민홍남)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 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류경수는 윤서하(김현주 분)의 삶에 들이닥친 이복동생이자 선산 상속을 요구하는 김영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선산’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 대한민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카타르, 싱가포르 등 10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류경수는 글로벌 4위 소감을 묻자 “진짜 잘됐다고 생각했다. 글로벌 4위라는 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니까 많이 봐주신다는 건 좋은 것 같다. 굉장히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선배님들과 서로 축하한다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관객이다. 관객이 없으면 배우가 존재하지 않는다.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고, 별로라고 생각해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다. 모든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다. 그래도 연기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는 반응도 있어서 흐뭇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류경수는 ‘지옥’ ‘정이’에 이어 ‘선산’으로 다시 한번 연상호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출연 이유 중 하나도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였다.

그는 “연상호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다. 연상호 감독의 프로덕션은 행복하고 화목한 직장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도, 또 김현주 선배님과 많이 붙어서 연기하고 싶었다. 선배님과도 또 재미있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캐릭터가 어려워서 이걸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호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어려웠다. 분명히 일반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니까. 감독님과 이것저것 상의를 많이 했다. 의견을 많이 낸 부분이 많았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이나 ‘글리치’에서 힘을 빼고 일상에서 보일 법한 식으로 연기했다면, 이번엔 캐릭터가 일상적인 인물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하가 영호를 도망다니게 만드는, 접근할 수 없는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류경수는 수염, 뒤틀린 치아 등 분장을 통해 영호를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류경수는 영호를 표현하기 위해 뒤틀린 치아와 수염 분장 등을 통해 도움을 얻었다.

그는 “영호는 내게도 고난도였다. 겉모습은 어딘가 고립되어 있다가 나온 느낌으로 이상했으면 싶었고 이질적인 느낌이 나길 바랐다. 나이가 가늠이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치 분장도 하고, 아랫니를 뒤틀리게 하고, 수염도 붙였다. 옷도 단벌로 입고 예측할 수 없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수염 분장은 따가웠는데 저보다도 하는 분이 고생했다. 처음 붙여봤는데 재미있었다. 많이 해놓고 덜어내는 방식이었고, 지울 때는 석유 같은 것으로 지웠다. 한 시간 반 이상 걸렸는데 최대한 편하게 배려해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그는 “야생동물도 관찰했다. 늑대나 들개 무리에서 이탈된 야생동물의 느낌을 관찰하고 상상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 갔다. 외롭고 두려우면서도 무리의 품을 원할 수도 있는 부분을 상상했다. 첫 등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신발을 신고 실내에 들어간다. 왜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건지, 영정을 보는 건지 어디를 보는지도 모르겠고 우는 것 같은데 우는 것 같지 않은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영호의 엄마는 영호가 선산을 가져야지만 가족의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을 제거한다. 영호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데, 지속적으로 가족에 대한 세뇌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가스라이팅을 당한 인물인데 옳은 방식은 아니다. 그런데 죽음 직전의 순간에 저도 모르게 ‘엄마 집에 가자’는 말이 애드리브로 나왔다. 그 정도 상태면 병원을 가야하는데, 마지막에는 안쓰럽더라. 엄마에게 집에 가자고 하는 영호가 불쌍했다. 그 나이대 누릴 수 있는 걸 누리지 못했고 자기 인생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 안타까웠다.”

류경수는 다시 만난 김현주를 비롯해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만난 김현주 선배도 너무 좋았고, 모두 좋은 선배님들이었다. 저는 완전 후배고, 선배님들이랑 작업하면 어떻게 작업하나 구석에서 많이 지켜본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하는지 그런 걸 지켜봤는데, 선배님들은 강요가 없다. 후배가 편하게 할 수 있게,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줬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선배님들의 애티튜드로 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정말 많이 배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언제든지 다시 하고 싶다. 연상호 감독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예전 생각을 해보면 뭐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나.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을 때가 기억난다. 그런 저에게 성장할 수 있는 캐릭터를 제안해주고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포스터에도 제 얼굴이 나오게 생각해준 감사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저에게는 귀인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류경수가 일상적인 로맨스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2007년 SBS 드라마 ‘강남 엄마 따라잡기’로 데뷔한 류경수는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글리치’ ‘구미호뎐1983’, 영화 ‘콜’ ‘인질’ ‘대무가’ ‘정이’ 등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그는 “돌이켜보면 후회는 없다. 되게 재미있어서 미쳐서 연기했다. 나는 일단 미쳐서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어떻게 봐줄지 모르겠지만 모든 과정이 저에게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갈 때 잔근육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배우로서 어떤 기점을 꼽으라면 ‘이태원 클라쓰’와 연상호 감독님을 만난 것”이라고 돌아봤다.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인물도 해보고 싶다.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저에게도 도전일 것 같다. 어려울 것 같은데 한번 해보고 싶다. 전작들에선 헤어진 연인이나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해봤는데, 서로 사랑하거나 썸타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올해는 건강하게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제가 선택할 수 없고 부름을 받는 직업이다. 또 부름을 받고 싶고 더 열심히 잘하고 싶다.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