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농민들, 물류항 봉쇄…유럽 농민 분노 확산
농업 정책에 반대하는 유럽 농민들의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벨기에 농민들이 30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물류항인 벨기에 제이브뤼허항 진입로를 트랙터로 가로막았다.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앤트워프 인근에서 일주일째 시위를 벌이던 400명의 농민 가운데 일부가 이날 제이브뤼허항 진입로를 봉쇄했다. 항만으로 향하는 5개의 도로는 “잠시 장관, 평생 농부”, “빵, 고기, 감자튀김 좋아하세요? 농부 없이는 얻을 수 없습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트랙터들이 점령했다. 앤트워프-제이브뤼허항 항만청은 “트럭이 한 대도 다닐 수 없다”며 “경찰과 항만당국이 트럭이 안전하게 대기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 인근과 네덜란드 및 프랑스 국경지대의 주요 고속도로도 농민 시위로 교통체증을 빚었다. 농민들은 출근 시간 이후 고속도로 봉쇄는 해제했지만 제이브뤼허항 봉쇄는 최소 36시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벨기에에서 두 번째로 큰 항만인 제이브뤼허항은 유럽의 수출입 상품이 드나드는 관문이다. ‘세계화 번영’의 상징이 표적이 된 셈이다. 농민들은 항만이 농민을 희생시키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껴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브뤼셀타임스는 “농민 시위는 주로 낮은 농가소득 때문에 촉발됐다”며 “이들은 유럽공동농업정책(CAP)에 비판적이며 EU와 남미 간 추진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거부한다”고 분석했다. 시위를 조직한 일반농민조합(ABS)의 정책 담당자 마르크 울프랑케는 “농민들은 정말 절박하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수년 동안 정부에 경고해 왔다”며 “우리는 우리 정부와 유럽연합 정부의 존중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특히 다음 달 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정상회의를 겨냥해 ‘자연복원법’을 변경하는 것이 이번 시위의 주된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자연복원법은 농민이 토지 4%를 휴경하거나 생물다양성을 지원하는 데 써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농민 니콜라스 프라이어스는 “그들은 더 친환경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작되지 않는 땅이 더 생길 것이다. 이대로도 충분히 어렵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EU 및 자국의 농업 정책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농민들은 지난 29일부터 파리로 가는 간선도로를 봉쇄하고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농민들이 농업용 디젤에 대한 면세 보조금 종료 계획에 항의하며 밀라노 외곽과 로마 근처에서 시위를 벌였다. 독일과 폴란드에서도 농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축산농 등 20만명을 대표하는 스페인 농민 단체 ‘아사자’의 페드로 바라토 회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페인에서도 이른 시일 내 유사한 방식의 동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01290914001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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