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이상한 아시안컵 징크스, 또 연장이었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에선 이해할 수 없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우승을 향하는 본격 레이스인 토너먼트 첫 판을 좀처럼 전·후반 90분에 끝내지 못하고 있다.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한국은 후반 1분 사우디의 압둘라 하지 라디프(알타아원)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종료 직전 조규성(미트윌란)이 극적인 헤더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결국, 연장 전·후반을 넘어 승부차기에서야 8강행 티켓을 힘겹게 따냈다.
한국은 2007년 동남아시아 4개국 대회 8강전에서 이란을 만나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한 이래 2011년 카타르 대회(이란·승부차기 4-2 승), 2015년 호주 대회(우즈베키스탄·연장전 2-0 승),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바레인·연장전 2-1 승)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토너먼트 첫 판에 연장 승부를 벌였다.
한국의 아시안컵 도전사를 살펴봐도 연장 승부는 떼놓을 수 없는 인연이었다. 역대 대회에서 치른 토너먼트 24경기 중 절반이 넘은 14경기에서 연장 승부를 치렀기 때문이다.
한국이 탈락의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체력 관리의 한계로 1960년 이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부터 주축 선수들이 로테이션 없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어 더욱 큰 타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승부차기를 염두에 뒀지만, 승부차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빨리 끝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싶었다”고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다.
더군다나 한국은 다음 8강전 상대인 호주보다 휴식일이 2일 부족하다. 강력한 피지컬을 무기로 압박 축구를 추구하는 호주와 맞대결이 더욱 까다롭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호주는 16강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대승(4-0 승)을 거뒀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잘 준비하겠다. 오늘 경기의 승리가 호주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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