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하준원 감독 "자기 이름의 가치 곱씹는 영화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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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맨'은 돈을 받고 이름을 파는 이른바 '바지 사장' 세계를 그린 스릴러다.
하 감독은 "육신은 없어지더라도 이름은 남는 법인데, 자기 이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름과 책임이라는 두 화두를 담으려 바지 사장을 캐릭터로 내세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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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맨'은 돈을 받고 이름을 파는 이른바 '바지 사장' 세계를 그린 스릴러다.
중년의 남자 만재(조진웅 분)가 바지 사장으로 돈을 벌다가 횡령 누명을 쓴 채 서류상 죽은 사람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치권, 회사의 실제 소유주인 '쩐주', 조직폭력배 등 바지 사장과 연결된 은밀한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연출을 맡은 하준원(48) 감독이 5년에 걸친 취재를 바탕으로 직접 각본을 쓴 덕이다.
31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바지 사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하 감독은 "육신은 없어지더라도 이름은 남는 법인데, 자기 이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름과 책임이라는 두 화두를 담으려 바지 사장을 캐릭터로 내세웠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과연 이름대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자기 이름의 가치에 대해 곱씹게 되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극 중 재력가와 권력가들은 만재의 이름 뒤에 숨어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들 대신 죄를 뒤집어쓴 만재는 중국으로 팔려 가 죽음의 위기까지 맞는다.
하 감독은 바지 사장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물론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만큼 바지 사장들은 하 감독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하 감독은 떠올렸다. 한 명을 설득해 만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바람에 시나리오 완성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 감독은 "한 분은 처음엔 시계 공장 명함을 주더니 한 달 뒤에는 신발 공장 명함을 내밀더라"며 "어떤 바지 사장은 쩐주가 자신을 해외로 보낸다고 하기에 제가 '몸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긴 시간에 걸쳐 취재에 공을 들인 건 '데드맨'이 그의 데뷔작이어서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지 약 18년 만이다.
그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봉 감독님의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데드맨'을 준비하는 내내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캐스팅을 고민해주고, 장면 하나하나를 피드백해줬다.
하 감독은 대학 시절 강사로 온 봉 감독에게 "연출부라도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처음 연을 맺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도 같이 쓰자"며 하 감독을 이끌었다.
아버지인 하명중 감독 역시 그에게 항상 든든한 응원군이 돼줬다. 하명중 감독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땡볕'(1984) 등을 연출한 감독으로, '바보들의 행진'(1975)으로 유명한 하길종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하준원 감독은 어릴 적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영화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영화를 공부하던 친형이 찍은 단편을 본 뒤 영화에 매료되면서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했다. 형과 함께 아버지의 복귀작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2007)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이름값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상대적으로 무덤덤한 편이고, 오히려 늘 큰 힘이 된다"며 웃었다.
"아버님의 업적을 무척 존경한다"는 하 감독은 "저도 앞으로 저만의 조그마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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