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하준원 감독 "자기 이름의 가치 곱씹는 영화 됐으면"

오보람 2024. 1. 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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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맨'은 돈을 받고 이름을 파는 이른바 '바지 사장' 세계를 그린 스릴러다.

하 감독은 "육신은 없어지더라도 이름은 남는 법인데, 자기 이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름과 책임이라는 두 화두를 담으려 바지 사장을 캐릭터로 내세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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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사장 세계 그려…5년에 걸친 취재 바탕으로 직접 각본 써
영화 '데드맨' 연출한 하준원 감독 [콘텐츠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맨'은 돈을 받고 이름을 파는 이른바 '바지 사장' 세계를 그린 스릴러다.

중년의 남자 만재(조진웅 분)가 바지 사장으로 돈을 벌다가 횡령 누명을 쓴 채 서류상 죽은 사람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치권, 회사의 실제 소유주인 '쩐주', 조직폭력배 등 바지 사장과 연결된 은밀한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연출을 맡은 하준원(48) 감독이 5년에 걸친 취재를 바탕으로 직접 각본을 쓴 덕이다.

31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바지 사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하 감독은 "육신은 없어지더라도 이름은 남는 법인데, 자기 이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름과 책임이라는 두 화두를 담으려 바지 사장을 캐릭터로 내세웠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과연 이름대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자기 이름의 가치에 대해 곱씹게 되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극 중 재력가와 권력가들은 만재의 이름 뒤에 숨어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들 대신 죄를 뒤집어쓴 만재는 중국으로 팔려 가 죽음의 위기까지 맞는다.

영화 '데드맨' 속 한 장면 [콘텐츠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 감독은 바지 사장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물론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만큼 바지 사장들은 하 감독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하 감독은 떠올렸다. 한 명을 설득해 만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바람에 시나리오 완성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 감독은 "한 분은 처음엔 시계 공장 명함을 주더니 한 달 뒤에는 신발 공장 명함을 내밀더라"며 "어떤 바지 사장은 쩐주가 자신을 해외로 보낸다고 하기에 제가 '몸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긴 시간에 걸쳐 취재에 공을 들인 건 '데드맨'이 그의 데뷔작이어서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지 약 18년 만이다.

그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봉 감독님의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데드맨'을 준비하는 내내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캐스팅을 고민해주고, 장면 하나하나를 피드백해줬다.

하 감독은 대학 시절 강사로 온 봉 감독에게 "연출부라도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처음 연을 맺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도 같이 쓰자"며 하 감독을 이끌었다.

영화 '데드맨' 속 한 장면 [콘텐츠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버지인 하명중 감독 역시 그에게 항상 든든한 응원군이 돼줬다. 하명중 감독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땡볕'(1984) 등을 연출한 감독으로, '바보들의 행진'(1975)으로 유명한 하길종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하준원 감독은 어릴 적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영화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영화를 공부하던 친형이 찍은 단편을 본 뒤 영화에 매료되면서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했다. 형과 함께 아버지의 복귀작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2007)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이름값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상대적으로 무덤덤한 편이고, 오히려 늘 큰 힘이 된다"며 웃었다.

"아버님의 업적을 무척 존경한다"는 하 감독은 "저도 앞으로 저만의 조그마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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