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부터 '환승연애'까지, 욕하면서도 끊을 수는 없는 까닭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4. 1. 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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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예능이 다시 전성기를 되찾은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24년 시작과 함께 연애예능이 돌아왔다. 2022년 연애예능은 예능 패러다임을 장악했다. 그러자 채널,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로망의 고도는 점차 낮아졌고, 광풍에 가깝던 바람은 지나간 듯했다. 그러다 2023년 가을 <나는 솔로> 16기의 등장으로 흐름이 다시 한 번 바뀌었다. 이후 넷플릭스의 <솔로지옥3>, 티빙의 <환승연애3>까지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은 대형 브랜드들이 시즌을 이어가며 다시금 연애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일반인이 등장하는 리얼리티쇼는 신선함이 생명이다. 연애예능의 시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 반복되는 설정과 상황은 익숙함의 역치라는 강한 도전을 받는다. 그 도전을 극복하고 브랜드가 된 연애예능 시리즈의 힘은 무엇일까.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다시 돌릴 수 있었을까.

연애예능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콘텐츠다. 즉, 예능의 틀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대중이 소비하는 방식은 드라마와 같다. 특정한 장소와 시간이란 배경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그들은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예측 못할 이야기를 펼쳐낸다. 지난 1년간 연애예능에 우리가 지쳐갔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엇비슷한 설정과 장르의 어중간한 드라마가 계속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연애예능이 남긴 성과는 <솔로지옥2>의 덱스뿐이다.

제작진의 교체, 전작의 너무나 큰 성공 등 기대와 염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시작한 <환승연애3>를 둘러싸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서사다. 시리즈 차원에서부터 출연자 과거사까지 모든 것을 서사라 부른다. 즉, 사람들이 기대하는 지점은 출연자의 외모나 어떤 이야기에 있다. 이는 다른 연애예능도 마찬가지다. 문학 비평도 아니고, 문화콘텐츠 창작론도 아닌 리얼리티쇼인데 패널부터 시청자들까지 모두가 장면 장면마다 '서사'를 언급한다. <환승연애3>의 과몰입 모멘텀 또한 5화에서 드러난 동진과 다혜의 13년간의 지고지순한 연애사와 서경과 주원이 커플이었다는 반전 '과거 서사'에서 본격화됐다.

<환승연애3>는 매회 서사의 밀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지만, X를 유추하는 추리의 서사를 전 시즌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 짓는 변화를 가져갔다.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가 남편이 누구일지를 서사의 한 축으로 삼았던 것처럼, 누구와 누가 과거 연인이었을지 추측하며 극을 이끄는 스토리라인은 <환승연애>의 특장점이다. 그런데 이번엔 이 과정을 다소 쉽게 풀어간 다음, '토킹룸' '실타래' 등등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장치들에 힘을 주면서 헷갈리는 각자의 마음과 엇갈리는 서로의 마음에 집중한다. 이 대목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연애예능에서 점점 더 개인의 서사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호감은 연애감정보다도 더 연애예능에 빠져들게 만드는 핵심이다.

다시 말해 연애예능은 더 이상 연애의 감정을 대리만족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나라면'이란 대입을 장면에서 비로소 과몰입을 이끌어낸다. 각자의 마음을 살피고, 과거를 돌아보면서 나다움을 찾는 극복의 서사는 사실상 <환승연애2>를 견인한 '눈물'의 핵심이기도 했다. 즉, 연애예능은 공감의 서사와 판타지의 결합이다. 즉 드라마를 즐기는 재미와 다를 바가 없는데, 대입할 수 있는 여지와 현실성이 크기에 싱크가 맞다면 드라마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하다.

<솔로지옥3>이 이전 시즌과 가장 달랐던 점도 계산하지 않는 생생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졌다는 데 있다. 이관희는 이른바 매력을 전시하는데 방점이 찍힌 지옥도에서 솔직함을 내세우며 메기가 됐다. 자발적인 빌런의 등장으로 인해 쟁취와 전시의 스포츠 같던 <솔로지옥> 특유의 분위기가 <나는 솔로>처럼 이관희의 입과 선택을 바라보는 이야기의 힘으로 전환됐다.

<나는 솔로> 시리즈를 욕을 하면서도 보고, 욕을 먹을 일을 출연진과 제작진이 실제로 고루 벌임에도 사회적 현상이 될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선 이유 또한, 끊을 수 없는 캐릭터들이 보고도 믿을 수 없게 전개하는 이야기의 힘에 있다. 실제 현실에서 돌아가는 인간관계의 모델링과 마음속에 있을 수 있지만 쉽게 꺼내지 않는 감정과 욕망을 여과 없이 담아낸 이야기는 우리가 그전까지 보지 못한 서사였다. 그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것이 때때로 아찔하지만, 일부분은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을 담아 끊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혼돈의 장 속에서 나다움을 여과없이 분출한다거나, 자기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훈련과 복기, 자기 자신을 위해 용기를 내고 때로는 반성하며 또 한 단계씩 나아가는 개인의 성장서사는 욕을 하면서도 몰입하게 되는 공감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실제로 출연자들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거나 '경각심'을 갖거나 교훈을 얻는 학습은 오늘날 연애예능이 가진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다.

정리하자면 다시 연애예능의 시대가 돌아올 수 있었던 핵심은 개인의 서사를 잘 보여주는 데 있다. 편성상 예능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오늘날 새로운 유형의 드라마다. 개인의, 관계의 서사의 총합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를 구축한다. 그 위에 <나는 솔로>가 가져온 극현실주의는 로맨스와 판타지의 비중을 줄이고 여러모로 솔직함을 드러내도 이야기가 된다는 용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환승연애>를 비롯해 브랜드가 된 연애예능은 이 특수한 관계와 상황 안에서 한 단계 나아가는, 혹은 변화하는 개인적인 성장서사를 강화하고 포착한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충실하고, 관계만큼이나 개인에게 포커스를 두면서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계속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관점에서 엠넷에서 곧 선보일 싱글남녀 100인의 대규모 웨딩 프로젝트 <커플팰리스>의 스코어가 궁금해진다. 지금까지의 연애예능과 달리 스토리보단 스케일에 방점을 두고, '결정사'를 내세운 만큼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한 예능이다. 관찰예능이 아닌 쇼버라이어티고, 출연자가 많다보니 개인 서사나 내밀한 감정선을 살펴보기란 불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과연 서사를 강화하고 그 층위를 세분화하는 연애예능의 흐름 속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재미를 줄지 기다려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티빙, 넷플릭스, SBS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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