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시에 총사령관 경질하나···반복되는 대통령·총사령관 갈등 배경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대통령과 총사령관이 내부 분열하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야당 의원 올렉시 곤차렌코를 인용해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했으나 총사령관이 거부했다면서 이에 대통령이 그를 해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곤차렌코 의원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군사고문 자리를 제안받았으나 거부했다고 소식통 네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전직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해임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소식이 보도되면서 일단 보류하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은 곤차렌코 의원을 인용해 잘루즈니 총사령관 경질설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경질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후 대통령실과 총사령관 측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사령관 사이의 불화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전쟁 발발 첫해인 2022년 우크라이나군이 예상 외의 전과를 올리면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지난해 초 유출된 미 국방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미 국방정보국(DIA)은 두 사람 사이에 긴장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F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경쟁자인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도록 그를 건너뛰고 부관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여름철 대반격이 실패로 돌아간 후인 지난해 11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이코노미스트에 보낸 기고문이 공개되면서 갈등은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기고문을 통해 “전쟁이 교착 상태에 도달했다”면서 “돌파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대통령실은 “(총사령관의 발언은) 침략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같은달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나중에 정치를 하거나 선거에 나갈 생각을 품고 전쟁을 지휘하는 것은 커다란 실수”라면서 군인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국가의 통합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최대 50만명의 추가 징집을 정부와 군 중 어느 쪽이 주도하느냐를 두고도 대통령과 총사령관이 이견을 드러냈다고 NYT는 전했다. 추가 징집은 여론의 호응을 얻기 어려운 사안이어서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FT는 미국과 유럽의 추가 지원에 제동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경질될 경우 그에 대한 신망이 두터운 군과 시민사회에 소란이 발생하고 지난 2년 동안 그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서방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88%로 나타난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62%에 그쳤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후임으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부 군사정보국(HUR) 국장과 지상군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가 거론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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