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제2의 단통법?…토종 사업자·소비자 후생만 후퇴"

최은수 기자 2024. 1. 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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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법 쟁점 진단 토론회서 지적
"해외에 서버·알고리즘 있는 해외 업체 현실적 규제 어려워…국내 사업자만 규제"
"독과점 심사기준 명확히 하면 될 일을, 사전 규제 필요한 지 의문"
[서울=뉴시스] 한국지역정보화학회는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제의 쟁점 진단'을 주제로 기획 세미나를 열었다.(사진=최은수 기자).2024.01.3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이 미국 등 해외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국내 플랫폼 사업자만 발목을 잡고, 나아가 소비자 후생까지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지역정보화학회 주최로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제의 쟁점진단' 세미나에서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학대원 교수는 "미국 등 해외 플랫폼도 규제를 하겠다는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만으로 플랫폼법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한다기 보기 어렵고, 역차별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서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EU(유럽연합)의 DMA(디지털시장법)를 참고해 플랫폼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EU와 우리나라와 플랫폼 시장 경쟁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EU는 단일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거대 플랫폼으로부터 소비자 보호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주된 규제 대상이 유럽 플랫폼이 아닌 미국과 중국 거대 플랫폼"이라며 "규제 대상 기업 역시 사회적 비용을 여러 차례 투입한 다음에야 확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EU의 거대 플랫폼 규제 발상이 과연 국내 환경에 적합한 지 의문이 든다"며 "우리나라 플랫폼 규제법안을 유럽이 참고했을 정도로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방관한 게 아니다"라며 자칫 플랫폼법이 옥상옥 규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서 교수는 "기존 온라인플랫폼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으로 소비자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데, 플랫폼법까지 만들어질 경우 규제의 악순환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정위 권한이 사업자의 금지행위 위반행위를 증명할 수 있기 위해 부여된 권리인데, 그 권리를 가진 공정위가 입증의 어려움을 이유로 전환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 될 수 있다"며 "과연 규제 기관 권한을 잘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정원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독과점 심사기준을 명확히 하면 될 일을, 소수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전규제하는 게 반드시 필요한 지 의문"이라며 "개별 사례로 대응할 문제를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게 타당한가. 효과는 추상적이고 피해는 명확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플랫폼법 제정을 통해 신규 사업자 진입을 촉진해 플랫폼 산업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정원 교수는 "기업 자율성을 훼손하는 상황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신규 플랫폼이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에서 정해 놓은 방식대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자체가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데 제한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플랫폼법이) 기업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행위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기업 성장 한도를 정하고 궁극적으로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은 속성상 주력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과 결합하며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존전략"이라며 "인수대상 기업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편입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는데, 이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입법이 되더라도 해외 플랫폼을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법이 규정한 금지행위들의 경우 알고리즘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는 게 많다"며 "빅테크들은 대부분 서버가 외국에 있고 알고리즘은 기업의 기밀 정보"라며 "구글, 메타,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의 경우 영업비밀을 이유로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플랫폼법처럼 소비자 편익 제고, 중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했던 규제들이 결국 입법 목적 달성을 실패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박 교수는 "단말기유통법, 대형마트 의무 휴업도 폐지가 논의되고 있고, 게임 셧다운제는 이미 폐지됐다"라며 "그동안 많은 사회적 비용이 지출됐다"고 지적했다.

이혁우 배제대 행정학과 교수는 "플랫폼법은 시장을 정부가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에 들어가 이를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명백한 경쟁제한 행위를 밝혀내고, 그런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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