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 축소해 보고”

김정수 기자 2024. 1. 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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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제품의 사용과 폐기에 이르는 수명 주기 전 과정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7%가량 낮춰 공개했다는 유럽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자체 공개한 배출량과 연구기관이 재산정한 배출량 사이의 격차가 9개 주요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두번째로 큰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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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트래커 등 유럽 연구기관 분석 보고서
글로벌 9사, 수명 주기 전 과정 배출량 27% 축소
현대차·기아, 축소 폭 혼다에 이어 두번째로 높아
20022년 9월1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완성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제품의 사용과 폐기에 이르는 수명 주기 전 과정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7%가량 낮춰 공개했다는 유럽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자체 공개한 배출량과 연구기관이 재산정한 배출량 사이의 격차가 9개 주요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두번째로 큰 것으로 평가됐다.

영국의 비영리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와 이탈리아의 컨설팅업체 ‘노미스마’는 31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변장한 석유 기업들, 2024 에디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변장한 석유 기업’은 자동차 제조기업을 지칭한 것으로, 자동차가 유발하는 간접 배출까지 고려할 때 자동차 기업이 석유 기업 이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미쓰비시, 메르세데스 벤츠, 혼다, 포드, 현대차·기아, 베엠베(BMW), 스텔란티스 등 9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2022년 기준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연례 재무 보고서 등을 분석해 자동차 1대당 ‘스코프3’까지의 평균 배출량을 추산한 뒤, 이 값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공개한 배출량 자료와 비교했다. 스코프3은 부품업체 등 자동차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한 배출량은 물론 자동차 구매자들이 차량을 운행하면서 연료를 사용한 것에 따른 배출량까지 포함한다.

비교 결과, 2022년 기준 9개 자동차 제조사가 보고한 차량 1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49.43t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이었으나, 연구기관들이 추산한 배출량은 이보다 26.9% 많은 평균 62.74tCO2eq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보고한 배출량은 평균 26.66 tCO2eq이었으나 연구기관들이 추산한 배출량은 56.69tCO2eq로 2배 이상 많았다. 기업이 보고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구기관들이 재산정한 배출량 사이의 격차가 현대차·기아보다 큰 곳은 혼다 한 곳 뿐이었다.

보고서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의 배출량을 합치면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며 “(자동차 기업들의) 배출량 축소 보고가 여러 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9개 업체가 누락시킨 배출량은 2022년 주요 7개국(G7) 전체 배출량 100억tCO2eq보다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게 산정된 것은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스코프3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게 잡힌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스코프3 배출량 공개가 유럽연합에서 활동하는 모든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필수 사항이지만 방법론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기업들이 발표하는 결과에 상당한 부정확성을 만들어 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런 분석을 근거로 “자동차 기업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석유 기업에 대한 투자보다 더 탄소집약적인 투자”라고 결론지었다. 자동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석유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투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벤 스콧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배출량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환경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라면 석유와 가스 회사보다 탄소 집약도가 높은 자동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보고된 것보다 실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이 훨씬 더 많다는 이런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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