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해석 개헌]④ 대통령의 일제 천황주의 용어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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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부 명령인 시행령으로 국회가 만든 법률을 뒤집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런 현상을 포착해 <헌법 위에 시행령> 연속 보도에서 지적했다. 헌법>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에는 헌법을 마음대로 해석해 자신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천황주의를 위한 것으로 현대국가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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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부 명령인 시행령으로 국회가 만든 법률을 뒤집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런 현상을 포착해 <헌법 위에 시행령> 연속 보도에서 지적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에는 헌법을 마음대로 해석해 자신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러한 행위를 ‘해석 개헌’이라고 보고 위헌성을 점검하는 <윤석열의 해석 개헌>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갑작스레 ‘국체’라는 생소한 단어를 언급했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체'는 과거 일본제국이 전시 동원을 위해 만든 선전이념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른바 천황주의를 합리화하려는 제국주의 사상과 관련이 깊다.
일제가 국체 이론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책이, 1937년 일본 문부성 사상국이 주도해 펴낸 ‘국체의 본의(国体の本義)’이다. 이 책에서 일제는 “국체란 천황제를 말하며, 국체 사상의 핵심은 ‘일본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한다’라는 것”이라고 했다. 책이 나온 1930년대는 일본이 제국주의 확장을 가속하던 시기다. 1920년대 정착한 ‘천황은 국가기관’이라는 천황기관설을 부정하고, 전시 동원을 위해 천황을 신격화하는 국체명징(国体明徴) 운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국체의 본의’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황조의 신칙(神勅)을 받들어 영원히 통치하신다. 이것이 우리 만고불역의 국체이다. 그리고 이 대의를 기반으로 일대 가족국가로서 억조(億兆)가 일심으로 성지(聖旨)를 받들고 명심하여, 능히 충효의 미덕을 발휘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헌법교과서는 국체론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천황주의를 위한 것으로 현대국가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광복 이후에도 일부 헌법교과서가, 주권을 누가 가지느냐에 따라 국체(國體)를, 국가권력을 누가 행사하느냐에 따라 정체(政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국체 구분에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히려 식민지를 합리화하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하여 폐기했다.
성낙인 서울대 명예교수는 “주권이 군주에게 있으면 군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면 공화국이라 하여야 할 것이나, 오늘날 군주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있지만 사실상 군주주권 국가는 사라졌다는 점에서 국체론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라고 설명한다(성낙인, 헌법학, 2020). 한수웅 전 중앙대 교수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모든 국가에서 국민주권주의가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실현되고 있고 공화국과 군주국은 주권의 소재와는 무관한 개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국체와 정체에 관한 논쟁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라고 지적한다(한수웅, 헌법학, 2022).
윤석열 대통령이 국체를 언급한 이유를 두고, 언론은 조선총련이 주최한 일본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윤미향 국회의원이 참여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尹대통령 “국체 흔드는 반국가행위, 단호 대응해야”윤미향 의원 ‘조총련 행사’ 참석 겨냥한 듯. 조선일보 2023.09.04.).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려웠다. 하필이면 조선인 학살 추모 행사에, 통일부가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는 정도 사안에 대통령이 정색하고 나섰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만에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폐기된 이론을 되살리고 싶었던 것이 이유라고 해도, 국체를 공화국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연결한 것은 의아한 대목이다. 폐기된 이론을 따르더라도 대한민국의 국체는 공화국이고, 정체는 입헌정체, 세분하면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가 국체가 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정한 헌법 제1조 제1항은 어떻게 되는지도 의문이 생긴다.
서울대 법과대학 출신에 검사로 30년을 일한 법률 전문가이자, 무엇보다 헌법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에게 국체란 무엇인지 많은 헌법학자가 의구(疑懼)하고 있다.
뉴스타파 이범준 seirot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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