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 ‘발전량·가격’ 보장, 재생에너지 혜택 축소···원전 중심 노골화
정부가 원자력 발전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에게 발전량과 가격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신속히 진행하고, 원전 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금융 지원 한도도 2배 확대한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혜택은 축소키로 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이 올해 더 노골화될 전망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산업부는 원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원전 차액계약 도입하기로 했다. 원전 차액계약은 한수원자력과 전력구매자인 한국전략이 계약물량과 가격을 사전에 정하는 제도다. 그동안 ‘정산조정계수’ 적용을 통해 초과이윤을 회수당해온 한수원으로서는 고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산조정계수 제도는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 지수가 낮아지면 발전 자회사의 이익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지난해 발전비용보다 싼 가격으로 한전에 전력을 판매해 적자를 감수해야만 했다.
원전 발전량을 보장하는 방안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최근 재생에너지 속도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전력망 구축이 늦어지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강제로 낮추는 출력제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발전량을 보장하면, 이런 출력제어 조치에 예외 적용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원전을 예외로 적용한다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제어가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빠르게 진행해 원전 업체에 3조3000억원 규모의 일감도 제공하기로 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원전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규모도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고, 원전 분야 핵심 기술을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 지원은 줄이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보급·융자 지원제도는 자기 부담률을 높이고, 정부 보조 비율은 낮추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주요 수익원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도 낮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데다, 정부 보증·지원 축소로 금융권 대출이 막히거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에너지복지 개편안도 공개했다. 정부는 바우처, 요금할인 등 다양한 형태로 시행 중인 에너지복지 사업을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산업부는 연탄쿠폰, 등유 바우처 등을 에너지 바우처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예시로 제시했다.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우편원·검침원·복지협단체가 직접 방문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공급망·디지털·탄소중립·인구구조 등 4대 트렌드에 맞춰 전략품목과 시장도 선정했다. 예를 들어, 북미 지역은 공급망 이슈에 맞춰 고성능 메모리와 인공지능(AI)용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탄소중립 이슈에 맞춰 유럽은 원전과 풍력 타워, 수소연료전지 수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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