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습격범, 왜 범행을 했을까?[취재메타]

2024. 1.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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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공격한 10대… 정치 성향 두고 갑론을박
정치 신념은 중요 범행 동기 中 하나로 꼽혀
A군 정당 가입 불가 연령… A군 부모 “정치 관심 많아”
이재명 지지자 아닌 것으로… ‘영웅심’ 배경 가능성
A군측 ‘우발범’에 미성년자·정신병력으로 법정 대응 전망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ά) 행간을 다시 씁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 25일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뒤통수를 돌로 십여차례 가격한 혐의(특수상해)로 보호입원 중인 중학교 2학년생 A군(15세)의 정치 성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 성향은 주요 범행 동기 중 하나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7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A군이 누구를 지지했느냐에 따라 총선에도 일정 부분 파장이 있을 전망이다. 경찰은 A군의 신상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향후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A군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도 낮다. A군이 미성년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A군에 대해 알려진 것은 조울증 등 정신이상 소견이 있었고, 평소에도 기행을 많이 했다는 정도다,


A군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건물 1층 로비에서 배 의원을 만났다. 배 의원은 해당 건물 2층에 있는 미용실을 방문하던 길이었고, A군은 약 한시간 가량 건물 앞을 배회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의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렸다’고 진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이해키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체포 당시 A군은 사인을 받으려 했다면 필요한 종이나 펜 등을 소지하지 않았다. A군은 2층 미용실을 사전에 들러, 특정인의 방문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해당 미용실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 미용실엔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은 안온다’고 설명했다. 연예인 화장의 경우 ‘메이크업실’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미용실의 경우 메이크업실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A군의 설명에 헛점이 있는 셈이다. A군이 어떻게 배 의원이 해당 미용실을 자주 들르는지, 그리고 당일 미용실 일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여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해당 미용실은 배 의원의 지역구(송파을) 밖이다. 미용실 관계자는 다른 고객들조차 배 의원이 자신의 미용실에 다닌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고 했다.


A군의 ‘범행 동기’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주일이 지났으나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A군 측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추후 법정 다툼을 대비한 조처다. 통상 우발범의 경우 계획범보다 형량이 낮다. A군 측은 ‘돌도 평소에 들고 다니던 것’이라고 했다. 특정 물건으로 상해를 입혔을 경우 범행 장소에 있던 것을 우연히 집어들어 상해를 입힌 경우엔 우발범으로,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했다면 계획범으로 본다. A군에 대해 전문의가 ‘조울증’ 소견을 냈고, A군이 미성년자라는 점도 감형 요인이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41·서울 송파을)은 지난 25일 괴한에 습격당해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연합]

A군은 그러나 범행 직전 배 의원에게 ‘배현진 국회의원이 맞느냐’고 두번 물었고, 배 의원이 ‘그렇다’고 답을 한 뒤 점퍼패딩 주머니에 쥐고있던 돌을 들어올린 뒤 배 의원을 공격했다. 범행 대상을 염두에 두고 신원을 확인한 뒤 준비했던 돌로 위해를 가했을 개연성이 높은 정황이다. 현장에서 보인 A군의 반응 역시 계획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A군은 범행 후 현장에서 배 의원의 수행비서가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정치를 이상하게 하잖아요”라고 답했다. A군은 또 경찰이 현장에 올 때까지 도망 가지 않고 배 의원을 지켜봤다. 우발적 범행의 경우 범행 후 현장을 벗어나려는 것이 통상이나, A군은 체포를 기다리는 듯 도망 징후가 없었다. 경찰 연행 과정에서도 A군은 순순히 경찰의 압송에 응했다.


A군을 아는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A군의 정치성향은 “여당도 욕하고 야당도 욕하던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A군의 부모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고 설명했다. 또 A군의 부모는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모방한 것 같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지인들은 “친구들에게 특정 정당을 홍보하고 시위를 나갔다는 얘기도 했다”, “부모님 하고는 다른 정치적 성향을 보였다”는 증언도 있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A군이 지난해 12월 22일 ‘경복궁 낙서범’이 영장심사를 받을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찍은 영상을 A군이 스스로 게시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A군은 지난해 12월 22일 ‘경복궁’이라는 필명으로 보수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나 경복궁 2차 가해자 참교육 하고옴’이란 제목의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군이 글을 올린 ‘갤러리’는 보수적 정치인들 가운데서도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A군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과 사이가 나쁜 것으로 알려진 배 의원을 범행 대상으로 미리 선정해두고 계획적 모방범죄를 벌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A군의 범행은 이재명 대표가 습격당한 이후 23일 뒤 발생했다.


사건 초기 A군이 이 대표가 지난해 법원에 출석 당시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 찍은 영상을 학교 친구들과 공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강성 ‘이재명 지지자’를 가리키는 ‘개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영상 속 A군은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고, 해당 영상을 친구들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뒤에도 별다른 말을 남기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군이 올린 영상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온 ‘경북궁 담벼락 낙서 모방범’을 보러 갔다가 이 대표의 법정 출석 장면을 우연히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이 대표의 흉기피습과 배 의원의 돌테러 이후 유사 모방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정치인 공격 예고글은 모두 6건, 예고 대상은 이 대표가 4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1건, 민주당사가 1건이었다. 경찰은 작성자를 추적해 4명을 검거했다. 지난주 이재명 대표를 살해하겠다는 온라인 댓글을 단 50대 남성도 붙잡혔는데, '실제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다시는 이와 같은 유사 사례가 재발됨으로써 국민들께 우려를 끼쳐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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