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간이 없다…자금 바닥나고 관리종목 지정 우려 '이중고'
바이오에 시련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돈을 벌지 못하는 가운데 자금은 바닥나고 '허니문' 기간은 끝나간다. 2019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일부 바이오는 자본력과 손실 규모에 따라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우려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바이오가 한창 호황이던 2020~2021년 상장한 기업도 자기자본과 적자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지난해 말 완료되면서 체질 개선 숙제를 속히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신약 출시나 기술이전 등 상업화 성과로 수익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바이오에 대한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여부에 따라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자기자본 50% 이상(10억원 이상에 한함)의 법차손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다만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이를 3년간(신규 상장한 사업연도 포함, 신규 상장일이 연말까지 3개월 미만 남은 경우 다음 사업연도부터) 유예한다.
국내 상장 바이오의 재무건전성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스닥 성장성특례 1호 기업인 셀리버리는 자금 문제로 인한 기업 영속성에 대한 우려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해 거래정지됐다. 셀리버리뿐 아니라 다수 바이오가 2021년부터 본격화된 극심한 주가 하락으로 원하는 수준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신약 개발 기업 올리패스 등이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올리패스는 2022년 법차손 규모가 자기자본의 268.2%에 달했다. 또 지난해 3분기 누적 법차손이 108억원으로 자기자본(34억원)을 훌쩍 넘는다. 확실한 수치는 2023년 감사보고서를 확인해야겠지만 만약 자본 확충이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관리종목 지정될 위험이 남아 있다.
당장 올해는 아니더라도 매출액 30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향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 기업도 있다. 2019년 상장한 압타바이오와 셀리드는 제대로 된 매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연간 매출액 3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지난해 말 끝났다. 올해 매출 성장에 성공해야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선 2020년 10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중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법차손이 발생한 기업은 지놈앤컴퍼니와 클리노믹스, 에이비온 등 13개다. 이 기업들은 지난해 말 법차손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끝났다. 즉 올해부터 2년 연속 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차손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와 별개로 상장 이후 적자가 지속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위기 상황까지 몰린 바이오도 적지 않다.
피플바이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억원 이하다. 총 부채는 26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0000%가 넘는다.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지 못한다면 법인 운영이 어려운 수준의 재무구조라 할 수 있다.
미코바이오메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33억원인 반면 총 부채는 417억원이 넘는다. 2021년부터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래서 다른 업종보다 주가가 더 중요하다. 주가가 올라야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0~2021년 바이오가 호황일 땐 벤처캐티팔(VC) 등 투자자는 서로 바이오에 투자하기 바빴다. 비싼 값을 내더라도 바이오 지분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투자수요가 2020년 정점을 찍고 2021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하자 상황은 역전됐다. 주가가 아무리 낮더라도 바이오에 선뜻 돈을 내겠단 투자자는 자취를 감췄다. 최근엔 오히려 바이오 주가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호황 때 발행한 전환사채(CB) 사채권자의 현금 상환 요구가 빗발쳤다. 동아줄인 줄 알았던 CB가 부메랑이 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노을과 클리노믹스, 피플바이오, 셀리드 등 여러 바이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증자)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채무를 상환하거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바이오가 기관투자자 등 외부 투자자를 찾지 못하자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에 손을 벌렸다. 그나마 유상증자에 성공한 바이오는 최소 1~2년 이상의 운영자금은 확보했다. 지금도 당장 자금 수혈이 필요한 바이오가 한둘이 아니다.
최근 바이오 산업 현장에선 바이오가 이제 침체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게 아니냔 긍정적 평가도 고개를 든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고금리 기조가 올해부터 완화될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대규모 기술이전 성공 사례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코스닥 바이오 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바이오 개별 종목별로 심할 경우 주가가 고점 대비 80~90% 떨어진 기업도 있는데, 이 정도로 투자심리가 무너진 상황에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며 "3년 가까이 바이오 저평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많은 기업이 자금 문제로 기업 영속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 만큼 올해는 주식시장에서 바이오가 반등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4년 제약·바이오 업황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선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46%로 가장 높았다"며 "긍정적 전망의 이유로 '기술 수출 증가'가 가장 많았고, 올해 전년 대비 투자를 확대하겠단 응답도 44%로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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