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 또 오폐수 콸콸…곳곳이 ‘시한폭탄’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 빗물이 나와야 할 우수관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콸콸 흘러나옵니다.
캄캄한 바닷가 쪽으로 불을 비추자 잿빛 구정물로 뒤덮인 해안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현장은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진동합니다.
제주시 애월항에서 한림으로 이어지는 해안가에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배출된 건 어제(30일) 저녁 7시쯤.
영상을 촬영한 지역 주민은 "어제 저녁 7시쯤 물소리가 나길래 밖으로 나왔다가 똥물이 바다로 흘러나가는 걸 확인했다"며 "대한민국 축구 경기(사우디아라비아전)가 끝나고 새벽 3시쯤 나갔을 때도 계속 방류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6시간 넘게 바다로 유입된 겁니다.
이 주민은 "바로 앞이 해녀들이 작업하는 마을 어장"이라며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비가 오거나 밤에만 몰래 방류하는 건지 의심이 간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 "인근 관로 공사로 부득이하게 오수 배출"
제주도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원인은 하수관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애월읍 금성리 인근에서 노후화된 하수관이 땅속에서 무너져 내려 공사 중인데, 이 과정에서 오수가 넘쳐 바다로 배출된 겁니다.
제주 서부지역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는 외도-> 애월-> 곽지-> 금성 구간으로 이어지며 제주서부하수처리장으로 옮겨집니다.
그런데 배출량이 많다 보니 관로 공사 과정에서 펌프를 조절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오·폐수가 유입된 겁니다.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저녁 7시 30분대가 식당이나 집에서 퇴근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라서 부득이하게 오수가 배출됐다"며 "내일 새벽까지 관을 다 연결해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애월리장과 어촌계 등에 연락해 관 연결을 위해 오수가 배출되게 된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작업을 끝내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 제주시 애월읍 금성천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적 있습니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인근 노후화된 하수관이 땅속에서 무너져 내리면서 오·폐수가 빗물이 흐르는 우수관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조치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공사로 인해 애월읍 해안가 일대에서 오·폐수가 배출된 겁니다.
당시 금성리 주민들은 냄새가 너무 심하고, 어촌계 어장이 황폐화 되고 있다며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노후 관로 곳곳이 '시한폭탄'… 언제 또 터질지 몰라
제주도가 3년 전 매설된 지 20년이 지난 도내 하수관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3만여 건의 결함이 확인됐습니다.
결함 정도를 심각, 보통, 경미 등 3단계로 나눈 결과, 심각한 결함은 제주시가 3,500여 건으로, 서귀포시 2,200여 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번 오·폐수 배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제주시 서부지역 콘크리트 하수관의 경우 전면 교체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제주 하수관 정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용역진이 정밀 조사한 제주시 하수관 길이는 100여km로, 전면 교체가 필요한 하수관은 6.5km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96%가 제주시 서부지역에 집중됐습니다.
이는 제주 서부지역에 밀집된 농공단지와 축산 농가에서 배출한 오수가 하수관 부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콘크리트 재질 노후 하수관은 오수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황산이 생성되면 내벽이 부식되고, 심할 경우 땅 속에서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사실상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 하수관'이 땅속에 매립돼 언제 어디서 또 오폐수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한편 제주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20년 이상 된 콘크리트와 주물 철관 등 노후 차집관로 정비사업에 2,824억 원을 투입해 합성수지관과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관으로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 바다에 또 똥물 ‘콸콸’…악취에 해양 오염 우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76427
사라진 하수관…“수년간 오수 유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19334
[친절한K] 제주 노후 하수관 ‘시한폭탄’…2026년까지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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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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