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 "서울교통공사 강제퇴거, 취재방해 넘어선 검열"
69개 언론·사회단체 "집회 자유 탄압이 언론자유 탄압에 이르렀다"
기자·단체들, 공식사과 요구…공사 "개별사과, 집회 대응은 그대로"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현장에서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에 의해 쫓겨난 언론인들과 장애인·문화예술·언론노동단체들이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자유 탄압을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문화연대, 전장연 등 10개 장애인·문화예술·언론노동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지하철 역사 내 취재 현장에서 물리력으로 내쫓긴 기자와 미디어제작자들도 발언대에 섰다.
장호경 다큐멘터리 감독과 비마이너·레디앙 기자는 “서울교통공사가 사과 뜻을 보내왔다고 들었다. 개인적 사과는 필요 없다”며 “언론인들과 독립 미디어제작자들에 대한 탄압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 다시는 현장에서 그런 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하라”고 입 모았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지난해부터 지하철 역사에서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타기 행동과 기자회견을 벌여온 전장연 활동가와 연대자들을 강제 진압해 집회·시위 탄압이라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연말부터는 현장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에 이어 비마이너와 레디앙, 경향신문 등 취재 중인 기자들을 물리력으로 강제 퇴거시키면서 언론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장호경 다큐멘터리 감독은 “공사와 경찰의 미디어제작자 강제퇴거 조치는 지난 12월부터 본격 진행됐다. 한 감독님은 지하철 선전전이 시작하자마자 누군가 '카메라부터 치워'라 명령한 뒤 바로 끌려나왔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용산 참사를 기록할 때를 비롯해 20여년의 세월 동안 겪지 못한 일들을 요즘 겪고 있다”며 “사회 필수업무를 담당하는 공사 직원과 경찰에게서 사적 폭력을 쓰는 용역 깡패들의 언어와 몸짓을 보게 되는 것은 매우 참담하다”고 했다.
장 감독은 “공사와 경찰이 왜 현장 기록을 막는지는 카메라가 사라진 뒤 현장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다. 남겨진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을 조롱, 멸시하고, 전동휠체어 전원을 끄고 수동으로 전환해 밀어내 반인권적으로 집행하고, 장애인의 부자유한 신체를 역으로 이용해 교묘하고 저열하게 행하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조재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지하철 행동 초반에 지하철을 연착시키고 시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우리는 경찰에 연행됐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침묵시위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집회는 자기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이를 지키지 위해, 알리기 위해 하는 것인데 왜 경찰과 공사에 의해 침해당하고 억압당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조 활동가는 “여기 (배치돼) 계신 경찰관들은 하루아침 해고당한다면 '그래, 나 오늘 해고당했구나, 높은 자리의 분들이 이유가 있어 해고하겠지' 하고 조용히 있을 수 있나”라며 “오늘 아침에도 아현역에서 침묵 시위를 하면서 어김없이 퇴거불응으로 체포될 위험에 처했다.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다. 굴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에 해고 통보해 이들은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는 “(진압과 강제퇴거를 지휘했던)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이들 기자가 소위 권력을 대변하는 언론이었다면 이들을 강제 격리했을까? 아닐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조치는 취재방해를 넘어 검열이다. 강제퇴거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고 여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시대의 목격자 역할을 하는 언론을 현장에서 분리시키고, 시민들을 진실로부터 분리시키려 하는 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다른 의도를 가진 범죄자들 아니겠나”라며 “기자들은 조금도 기죽지 말고 끝까지 외치고 취재하고 기록으로 남겨달라. 경찰과 공사는 시민 권리와 언론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파괴한 데 공식 사과하라”고 했다.
주최측은 이날 전국 69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명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장애인과 인권활동가와 시민 등 연대자에 대한 (공사와 경찰의) 물리력 행사가 이제 기자까지 이른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기자 탄압이 윤석열 정부가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탄압 기조를 유지하며 발생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들은 공사 언론팀이 개별 기자에게 전화해 사과한 데에 “구체적 재발방지책도 없고 전장연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물리력 행사를 중단하고 책임자를 징계하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언론팀은 이날 “연락이 닿는 (강제퇴거 피해) 기자들에게 사과 뜻을 전하고 있다. 그것이 공사 차원의 사과”라고 했고 “전장연의 집회·시위 대응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 대변인실은 단체들의 공식 사과 요구에 “입장은 없다”고 했다. 이날 경찰청 앞엔 오전 11시 기자회견에 앞서 75명가량이 회견 장소 양옆과 정문 앞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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