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해외 수주 사상 최대라는데…'부진' 전망 나오는 까닭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장 기대치 하회…전동화 부진·품질비용 반영
올해 R&D 투자 늘릴 계획…공격적 투자로 부진 돌파 모색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모비스가 사상 최대 수준의 해외 수주 실적을 올렸음에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등 전방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더욱 확대해 위기를 정면돌파한다는 전략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92억2000만 달러(약 12조3000억 원)를 수주했다. 당초 목표액 53억6000만 달러를 72% 초과 달성한 것으로 사상 최대 수주 성과다.
그런데도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4조7000억 원, 영업이익은 52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 21% 줄었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모듈·핵심 부품 부문의 매출은 11조8903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692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동화 부문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동화 부문은 배터리 셀 가격 하락 영향과 일부 차종 배터리셀 차급 전환으로 인한 매출 제외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2조4535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4분기 품질비용과 일시비용 반영, 임단협 체결로 인한 인건비 증가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대모비스는 모듈 부문 830억 원, AS 부문 380억 원 등 총 1210억 원에 달하는 품질비용을 지출했다. 여기에 지난해 에어백제어장치(ACU) 리콜, 통합충전장치(ICCU), 전자제어유압장치(HECU), 쏘렌토 후방카메라 불량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A/S 부문에서는 토우 히치 하네스 관련 품질비용이 발생했다.
지역별 손익을 따져봤을 땐 미주 지역에서의 부진이 부각됐다. 지난해 4분기 현대모비스 미주지역 매출액은 3240억 원, 영업이익은 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전방산업의 축소로 인해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전동화 부문의 부진이 지속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17.1%(2021년)→65.2%(2022)→26%(2023)→23.9%(2024)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모비스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핵심 부품 부문은 지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약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영업이익률(OPM)은 1% 내외에서 머물고 영업이익 비중은 낮아져 있다"면서 "각 시기마다 중국 매출 급감, 전동화 부문 매출 확대, 물류비 급증, 일회성 비용 인식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낮은 수익성이 지속될 경우 해당 부문 수주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R&D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거점을 추가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총 1조5900억 원의 R&D 투자를 집행, 전년보다 16% 금액을 늘렸다. 시설 투자 부문에서는 북미 전동화신거점 설비 투자 집행 시점이 내년으로 이월되어 연간 계획인 2조6400억 원 대비 74% 인 1조9548억 원이 집행했으며, 올해는 전년도 집행 이월된 5000억 원을 포함해 북미·유럽의 기존 선진국과 함께 신흥 시장으로의 글로벌 거점 추가 확장을 계획, 총 3조2000억 원의 투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또 현대모비스는 올해도 전동화, 전장, 램프, 샤시 등의 분야에서 전략 부품을 중심으로 해외 신규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대규모 수주 물꼬를 튼 전동화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HUD),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전장 제품과 독립형 후륜조향시스템(RWS),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신기술 적용 제품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는 품질비용 및 인건비 증가 영향을 받아서 이익률이 다소 후퇴했으나, 실질적 이익 개선 방향성은 계속되는 추세"라며 "올해는 고객 다변화, R&D 투자에 대한 결실을 확인하고 성장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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