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DB생명, 가입심사 없는 단기납 종신보험 출시한다… “역선택·불완전판매 우려”

이학준 기자 2024. 1. 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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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탈출 급한 KDB생명
업계 최초 무심사 단기납 종신 출시
연금 전환 특약으로 수익률 극대화
고객 역선택과 역마진 우려 증가
KDB생명보험. /KDB생명 제공

KDB생명이 ‘무심사’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출시한다. 고객의 병력 등 특이 사항을 따지지 않고 어떤 고객이든 무조건 보험에 가입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고위험 집단의 가입률이 높아져 보험사에만 불리한 계약이 이뤄지는 ‘역선택’ 가능성을 스스로 높인 셈이다.

특히 KDB생명은 금융 당국 압박에도 변액연금보험 전환 특약을 출시하며 단기납 종신보험의 저축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7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10년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20~30%를 이자로 돌려주는 상품인데, KDB생명은 환급금 전부를 변액연금보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업계 최초로 단기납 종신보험인 ‘무심사 우리모두 버팀목 종신보험’을 2월 1일 출시할 예정이다. 가입 연령은 50~75세다. 나이만 충족하면 병원 방문 이력과 병력 여부 등 다른 조건은 따지지 않고 어떤 고객이든 보험 계약을 인수하겠다는 뜻이다.

보험업계에선 놀랍다는 반응이다.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려면 최근 3개월 내 병원 방문 이력 등을 알려야 하고, 보험사는 이 정보를 토대로 보험 가입심사(언더라이팅)를 진행해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보험 시장에서 언더라이팅은 역선택을 방지하는 등 위험관리를 위한 필수 요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언더라이팅이 없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역선택은 물론 불완전판매 민원도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걸러야 할 고객은 걸러내야 하는 게 맞는데, 이를 안 한다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KDB생명은 또 다른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인 ‘버팀목 프리미엄 종신보험’ 일반형에 연금액 보증형 변액연금전환 특약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 특약은 계약 후 10년까지는 종신보험을 유지하다 특정 시점 이후부터는 변액연금보험으로 전환되는 역할을 한다. 일반 종신보험에만 있던 기능을 단기납 종신보험에 적용시킨 것이다.

일반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전환하려면 일종의 페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가령 납부한 보험료가 100만원이라도 해지환급금이 60만원이라면, 연금보험으로 전환하면 재원은 60만원으로 설정돼 나머지 40만원은 손해를 본다.

반면 KDB생명은 일반 종신보험이라면 보장할 수 없는 10년 시점 환급률 127%를 제공하고, 이 금액 전부를 변액연금보험 재원으로 활용되도록 설계했다. 10년 동안 낸 보험료가 100만원이라면, 127만원이 연금보험의 재원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연금보험에 가입한 것보다 수익률이 더 좋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무늬만 종신보험일 뿐 사실상 저축성보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상품은 다른 보험사의 단기납 종신보험보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더 크다. 변액연금보험은 변액보험 판매 자격증을 획득한 설계사만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KDB생명은 계약자 서명과 추가설명신청서만 받으면 변액보험 판매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설계사도 판매가 가능하다고 각 법인보험대리점(GA)에 최근 공지했다.

일러스트=이은현

KDB생명이 무리수라고 평가되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연달아 출시·개정한 이유는 실적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상품은 표면적으로는 보장성보험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장 실적 지표 중 하나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여줄 수 있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신계약 건수는 5만9019건으로 2022년 3분기(44만4687건), 2021년 3분기(10만1663건)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KDB생명이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9월 말 144억원으로 2021년 9월 말(865억원)보다 약 83% 감소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선 KDB생명의 건전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KDB생명의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60%로 보험업법에서 권고하는 하한산 100%에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 비율도 134%로 금융 당국 권고인 150% 이하다.

KDB생명은 무심사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면책기간이 3년이어서 역선택 가능성은 적다고 해명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3년 내 질병 사망 시 납입한 보험료만 지급하고, 재해 사망 시 가입금액에 따른 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며 “인수조건은 아예 없지만 면책기간이 있다는 것으로 위험성을 헷지(hedge·회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변액연금보험 전환 특약이 건전성을 헤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KDB생명에만 있는 우려는 아니고 업계의 보편적인 이슈다”라며 “2022년부터 상품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서 민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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