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 시대, 인간은 카드만 꽂아라?…돈 내기도 힘든 노인들 [기자수첩]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hjk@mkinternet.com) 2024. 1. 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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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학습국가 혁신, 평생학습 대전환’을 주제로 ‘제8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이날 행사장에 비치된 키오스크 교육 책자.[사진제공=연합뉴스]
기계가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며, 음식을 만드는 세상. SF 영화에서만 보던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를 들지만 인간의 설자리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 씁쓸하다는 건 분명하다.

유통업계에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신기술 도입과 함께 굳이 사람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간편한 일은 기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외식 프랜차이즈 등에서는 무인 키오스크가 대중화된 지 오래다. 키오스크에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방식, 할인 쿠폰 등을 선택하면 주문이 이뤄진다.

이 무인 키오스크도 결제를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식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유니클로 등 패션업계에서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활용한 무인 계산대가 확산하고 있다. 일일히 사람 손으로 바코드를 찍지 않고, 통에 넣기만 해도 구매할 물건이 자동으로 입력되는 계산대다. 물건을 사는 동안 직원과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 그저 고객이 할 일은 카드를 리더기에 꽂고, 결제가 끝나면 매장을 나오는 것이다.

편의점도 완전 무인화를 위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로 운영 3년차를 맞은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이마트24’ 편의점은 상품을 들고 나오기만 해도 자동으로 결제되는 ‘완전 스마트 매장’이다. 불순한 의도로 물건을 문 밖으로 던지거나, 몰래 집어도 완벽하게 잡아내기 때문에 현재까지 절도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한다.

그동안 무인화는 계산을 편리하게 하는 형태로 진화해왔으나 이제는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전 과정에 ‘로봇’이 투입된다.

현재 2월 개점을 목표로 공사 중인 서울 구로구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점은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를 굽는 로봇인 ‘알파그릴’이 설치된다. 패티 양면을 앞뒤로 골고루 익히는 데 1분이면 충분하다. 뜨거운 불판 위 햄버거 패티를 사람 손으로 일일히 굽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주방 로봇이 점차 보급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1월 수도권 4개 매장을 시작으로 전국 1300여 가맹점에 로봇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한다. BHC도 지난해 10월부터 LG전자가 개발한 튀김로봇 ‘튀봇’을 도입해 서울 2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반죽옷을 입힌 재료를 기계에 올리면 로봇이 자동으로 치킨을 튀긴다. 치킨 튀김로봇의 한 달 대여·유지비는 기계마다 다르지만 100만원 수준으로, 직원 1명 인건보다 적다. 심지어 시간당 15~20마리 조리가 가능해 작업 효율도 높다.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삶은 더 편리해졌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거론된다. 장년층과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가 그것이다.

특히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경우 무인 주문 기기인 키오스크로 대체된 주문 방식이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여전히 키오스크로는 김밥 1줄을 주문하는 것조차 애를 먹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 키오스크 사용법은 어려운데다 줄이 길게 세워질 경우 뒷사람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급기야 서울시에는 디지털 약자가 뒷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는 취지로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L사가 디지털 약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인 주문 기기 교육은 노년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교육 목표 인원은 500명이었는데 참가 신청이 폭주하면서 추가로 300명을 더 받아 총 800명이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L사 관계자는 “교육을 받은 어르신의 친구분들도 키오스크 기기 사용 교육을 받고 싶어해 목표 인원이 너무 빨리 차버렸다”며 “올해는 1000명으로 교육 인원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인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도 여전히 숙제다. 아르바이트 등 인력 수급 문제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를 견디지 못한 1인 자영업자가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비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키오스크 등 무인화 기기를 도입한 소매점도 빠르게 증가한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리테일 무인화, 임계점이 다가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무인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310개로 전년 대비 55.8%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208개)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16배나 증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무인화 기기가 보급될수록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무인화기기 도입의 1순위가 인건비 절감인 만큼 키오스크·소매 무인화의 확산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등 취약한 저숙련 노동수요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라며 “무인화기기를 도입한 매장의 경우 추가 고용이 둔화되거나 타 매장의 무인화기기 도입에 영향을 주는 등 고용에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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