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장 1심서 ‘비밀누설’ 등 유죄…法 ‘징역 1년’ 선고

현화영 2024. 1. 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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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상 비밀누설 일부·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
손 검사장 '고발장 작성·전달' 인정…'도주 우려 없다'며 법정구속은 안 해
공직선거법 위반·일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인정
공수처 기소 사건 중 첫 유죄 선고
손 검사장 항소키로...“사실·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과 관련한 1심 선고 공판 출석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31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장(차장 검사)의 공무상 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 우려는 없다며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제반 사정에 따르면 피고인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정보 수집, 검증 평가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를 이용해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한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고발장이 당시 검찰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 등을 피고발인으로 삼았던 만큼 검찰 관계자인 피고인에게 고발이 이뤄지도록 할 동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됐다”며 “피고인은 당시 여권 정치인·언론인을 고발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기에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히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힌 꼬리표가 붙어 텔레그램을 통해 전송된 고발장 이미지 등에 대해 “피고인이 이들 메시지를 최초 생성한 뒤 다른 이에게 직접 전송했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텔레그램 계정이 해킹됐다고 인정할 객관적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손 검사장은 앞서 법정에서 고발장을 전달한 제보자에게 반송하는 과정에서 이 꼬리표가 붙었다거나 제3자를 통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에게 고발장이 전송됐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이 역시 손 검사장이란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텔레그램 기능상 누군가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상단에 피고인이 아닌 전송자의 이름으로 보냄이 표시된다”며 “정황상 피고인이 각 텔레그램 메시지를 김 의원에게 전송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를 인정하는 이상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공직선거법 범행 실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또 당시 대검 수정관실 연구관이었던 임홍석 검사가 고발장과 관련된 판결문을 검색한 점을 거론하면서 “피고인이 고발장 작성·검토에 관여됐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적 상황”이라며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구체적 죄명을 기재한 점 등에 비춰 공소장을 써본 이가 작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른바 ‘채널A’ 사건과 연루된 ‘제보자X’ 지현진씨와 관련해서도 수정관의 지위에서 직무상 취득한 비밀과 형사사법 정보를 김 의원에게 누설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현진이라는 정보와 주민등록 번호 등 인적 사항, 구체적 범죄 사실이 일반에 공지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수정관의 지위에서 직무 집행상 취득한 비밀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사람(손 검사장과 김 의원)이 공모로 고발장 초안을 작성하고 전달한 것만으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다 보긴 어렵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 범행으로 실제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앞서 당시 대검 수정관이던 손 검사장은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두차례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담은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 의원과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고발 사주 사건은 검찰이 당시 총선 개입 목적으로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당시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미래통합당에서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8개월가량 수사한 결과 문제의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검사장→김 의원→제보자 조성은씨’ 순서로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며 2022년 5월 손 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는 작년 11월 결심 공판에서 손 검사장에게 공직선거법상 분리 선고 규정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로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날 판결로 고발 사주 사건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 중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로 남게 됐다.

공수처는 이날 선고 직후 “판결문을 받는 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손 검사장은 빠져나가면서 “사실·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손 검사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공무상 비밀누설 일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권한 행사가 국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공익 대표자, 인권 수호자,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국민의 가장 중요한 요청 중 하나는 정치적 중립”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피고인이 범한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는 그 자체만으로 검찰과 구성원을 공격하는 익명의 제보자에 대한 인적 사항을 누설하는 것”이라며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계속해서 “일반적인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보다 사안이 엄중하며 죄책도 무겁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일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 의원이 (제보자) 조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행위는 공모자와 이를 방조한 사람 사이 내부 전달에 불과하다”며 “범행 실행 착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씨 관련 판결문을 유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수정관 지위 내지 자격으로 얻은 직무상 비밀”이라며 “법원과 각 기관에서만 확보할 수 있는 실명 판결문을 기재해 인적 정보가 알려진다면 지씨로서는 위축될 수 있고, (채널A) 사건 관련 의사 결정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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