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최초 입주일→3년내' 완화 논의…4만8000가구 한시름 놓나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최초 입주일부터 적용하지 않고 3년 내로 적용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면 해당 주택을 분양받은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서 최초 입주일부터 최소 2년~최대5년까지 실제 거주를 해야 하는 의무를 최초 입주일부터 3년 이내에만 충족하면 되게끔 하는 방안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관계자는 "지난번 법안심사를 하다가 야당 일부 의원들이 이 방안을 제시한 것은 맞는데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다"며 "법안 재발의를 할 성격은 아니고 다음에 소위가 잡히면 그 자리에서 이런 방안이 포함된 개정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방안이 기존 개정안에 반영이 되면 수분양자 입장에서 잔금을 치를 여유도 생기고, 자녀 학업 시기에 따른 이사 시기 조정 등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 방안은 실거주 폐지를 의미하거나 투기세력을 용인한다는 것이 아니라 특수상황에 놓인 실수요자들을 위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행법상 2021년 2월19일 이후에 분양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됐으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 실거주를 해야 한다. 실거주를 하지 않고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는 경우에는 경우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해당 물건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에 맞춰서 매각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규제가 시작된 이후 의무가 적용된 아파트는 73곳, 4만8000여가구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등의 단지가 실거주 의무 적용을 받는 대표적인 단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이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면서도 청약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환경은 매우 유동적이어서 자금을 마련하는데 애를 먹거나 기존 살던 집이 안팔리는 상황의 수분양자들이 있다"며 "이번 방안이 통과되면 수분양자들이 시장이 어려워 실입주를 못하더라도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잔금을 해결할 수 있고, 3년이라는 여유기간을 얻은 것이라서 운용의 묘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함 랩장은 이어 "임대차시장에서 올해 서울 공급물량이 1만가구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 방안이 통과되면 1만가구대의 물량이 임대차물량 공급이 발생할 수 있어 전세가 상승의 속도조절에도 긍정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방안은 부동산시장이 지금 좋지 않은 상태인데 그것을 조금 좋은 여건으로 바꾸려는 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법과 제도의 취지가 있는데 그것을 허물어가면서 개별 개인의 사정을 봐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이런 예외가 발생하면 당장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 투기적 목적의 사람들에게도 청약할 기회를 준다는 메시지를 주는데 이러면 무주택자들을 위한 청약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가 골자인 주택법 개정안 논의는 작년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안건이 보류됐다. 정부와 여당은 특수상황에 놓인 실수요자들을 위해 실거주 의무 폐지를 주장했다. 야당은 투기와 갭투자 등을 이유로 이에 반대했다. 다만 3년 내에만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면 된다는 방안이 최근 제시된 만큼 이르면 내달 설 연휴 이후에 법안심사소위가 열려 해당 내용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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