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박민 KBS 사장, ‘임명동의제 무력화’로 공정방송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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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이 단체협약에 따른 임명동의 절차 없이 보도·시사·교양·라디오 제작 책임자 인사를 강행한 데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언론의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권력의 협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과 함께 한국방송 간부, 관리자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는데, 임명동의제 대상인 5개 국장(통합뉴스룸국, 시사제작국, 시사교양1·2국, 라디오제작국) 자리는 공석으로 비워오다 1월26일 인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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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이 단체협약에 따른 임명동의 절차 없이 보도·시사·교양·라디오 제작 책임자 인사를 강행한 데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언론의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권력의 협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임명동의제 폐지는 언론의 공적 책임, 공정방송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31일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사장의 인사 조처를 규탄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지역부본부장은 “정권의 방송 장악에 맞서 내부 조력자를 걸러내고, 그들이 주요 결정권자가 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임명동의제”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박민 사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명동의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원 질의에 분명히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그마저 거짓말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임명동의제는 방송국 경영진의 일방적인 인사권이 현장의 보도·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국장급 보직자를 임명하기 전 노조 구성원의 동의를 받도록 한 절차다. 노사 단협에 따라 이행되며, 한국방송에서는 2018년 처음 도입됐다.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와 함께 대표적인 ‘공정방송’ 보장 수단으로 꼽히며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와이티엔(YTN) 등 방송사와 다수 신문사가 보도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운용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과 함께 한국방송 간부, 관리자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는데, 임명동의제 대상인 5개 국장(통합뉴스룸국, 시사제작국, 시사교양1·2국, 라디오제작국) 자리는 공석으로 비워오다 1월26일 인사를 냈다. 당시 한국방송은 “현재 단협대로 임명동의제를 거치면 인사규정, 정관, 방송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임명동의제는 사장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만큼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본질을 호도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이호찬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장은 “단협은 취업규칙, 사규보다 우선하는 노사 간 자치적인 노동법규다. 사장이나 노조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휴지 조각 취급하면 현장은 무법천지가 된다”고 말했다. 고한석 와이티엔지부장도 “인사권은 헌법에 없지만, 언론 자유와 노동삼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다. 임명동의제는 언론 노동자들의 핵심 노동조건인 언론 자유,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방송 이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야권 추천 김찬태, 류일형, 이상요, 정재권, 조숙현 이사는 이날 정기이사회 뒤 성명을 내어 “임명동의제는 국장이 공영방송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의지를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민주적인 절차다. 지난해 12월 한국방송 기자협회 설문조사에서도 구성원 88.2%가 ‘국장단 임명동의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이런데도 단협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으니 국장단은 무슨 수로 리더십을 발휘하겠나”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본부 노조는 지난 27일 성명에서 “사쪽이 임명동의제를 무시한 인사를 강행할 경우, 가처분, 가처분 항고심, 본안까지 철저히 법리를 다툰 후 무도한 결정을 내린 인사 라인의 모든 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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