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 `75층 마천루` 들어선다?

이미연 2024. 1. 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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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도시 정비' 대폭 확대
지정요건·건축규제 완화 등 포함
역세권 500m까지 고밀복합개발
용적률 법정상한 150%도 가능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올해 1월 10일 도심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발표했던 대책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내놓으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발표보다 적용 대상을 늘렸고, 세부사항은 구체화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기존에 밝혔던 51곳·103만가구에서 전국 108개 지구·215만가구로 대폭 확대했다. 시장의 관심이 모아졌던 안전진단 면제 기준과 용적률 상한, 공공기여 비율 등도 확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31일 밝혔다.

우선 단일 택지개발지구 대상이었던 '노후계획도시'의 범위를 넓혔다. 택지개발사업·공공주택사업·산업단지 배후 주거단지 조성사업으로 조성된 이후 20년 이상 지났고, 인접·연접한 택지와 구도심·유휴부지를 포함해 면적이 100만㎡ 이상인 지역이 '노후계획도시'로 정의됐다. 구도심과 유휴부지는 전체 합산 면적의 20% 이하(50만㎡ 내)로 제한된다.

이에 안산 반월, 창원 국가 산업단지 배후도시 등 총 108곳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적용받게 됐다.

서울에서는 개포, 목동, 고덕, 상계, 중계, 중계2, 수서, 신내, 가양 등 9곳이 적용 대상이다. 경기는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 5곳과 용인 수지, 하남 신장, 고양 중산, 고양 행신, 수원 정자 등 30곳이, 인천에서는 구월, 연수, 계산과 함께 만수 일대, 부평 일대 등 5곳이 포함된다.

비수도권에서는 대구가 10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충북 8곳 △광주·대전·경남·전북 각 6곳 △부산·강원 각 5곳 △전남 4곳 △제주 3곳 △울산·경북 각 2곳 △충남 1곳 순이다.

주거단지는 25m 이상 도로로 둘러싸인 블록 단위로 2개 단지 이상 통합 재건축을 원칙으로, 구역 내 통합가능 단지가 없는 경우에는 1개 단지도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해 재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철도역에서 반경 500m 이내 역세권은 고밀·복합개발하도록 했다.

특별정비구역의 건축규제 완화 세부 내용도 나왔다. 이번 시행령을 통해 용적률의 경우 법정 상한선의 150%까지 높일 수 있게 해 주거지역에서는 최대 450%, 준주거지역은 750%까지 상향될 전망이다. 건폐율과 건물 간 간격은 국토계획법과 건축법 상한까지 완화한다. 이론상으로는 같은 면적 기준으로 20층짜리를 최고 75층까지 다시 지을 수 있다.

특별정비예정구역 내에서 통합 재건축을 하면서 조례로 정한 비율 이상의 공공기여를 하면 안전진단이 면제된다. 지방자치단체는 5%포인트 범위(30%→25%)에서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비중을 조정해 안전진단을 실시할 수 있게 해 사실상 특별법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모든 단지의 안전진단이 면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공공기여는 기본계획에서 정한 기준 용적률(적정 수준의 평균 용적률)까지는 10~40%의 비율을, 기준 용적률 초과 범위부터는 40~70%를 적용한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선도지구 지정 기준은 △주민 참여도 △노후도 및 주민 불편 △도시기능 향상 △주변 지역 확산 가능성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더 구체적인 지정 기준과 배점, 절차는 올해 5월 중 공개할 방침이다. 이어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선도지구 공모절차를 시작해 11~12월쯤 지정해 정비사업을 가장 먼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앞서 윤 정부는 지난 1·10 대책 발표에서 선도지역의 임기 내 착공과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비계획 수립부터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 이주, 착공 등 기존 재건축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아직 주민동의 징구도 시작하지 못한 곳도 많다. 조합원간의 다툼, 시공사 갈등 등 정비사업의 변수를 고려하면 6년 내에 재건축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특별법 적용을 받는 구역에서는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50%까지 높일 수 있지만, 늘어난 용적률의 최대 70%는 공공기여로 반납해야 한다. 또 현재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용적률과 건폐율을 고려하면 용적률 상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용적률과 세대 수는 사업성과 직결된다.

안전진단 역시 '조건부 면제'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특별법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대부분 안전진단 면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도한 공공기여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안전진단을 받는 단지도 나올 수 있다. 이 외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도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지별 용적률 부여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도 주민들이 이를 모두 수용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미연·김남석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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