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폐업 뻔해"...국회 몰려간 기업인 3500명, 중처법 유예 촉구
중소기업인과 영세 건설업자, 소상공인 3500여명이 31일 국회 앞에 결집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했다. 기업인 수천명이 이렇게 한 데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이 미흡했고 법이 이대로 적용되면 수많은 중소기업이 폐업 위기에 맞딱드릴 것이라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중소기업과 건설업계 17개 협단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최 측 추산 기업인 3500여명이 참여했다. 중기중앙회가 1962년에 설립된 후로 중소기업인 수천명이 야외 단체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전국 방방곡곡의 중소기업인들이 생업을 내려놓고 국회가 절규에 응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며 "중소기업인들의 애절한 사연에 국회가 귀 기울이고, 내일 본회의에서 유예 법안을 잘 처리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근로자 한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벌어지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2년 추가 유예를 요구했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도 상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2월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가 중대재해법을 유예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획다.
회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며 영세기업으로서의 재정과 인력 여건상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수준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의 지원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식품 포장 사업을 하는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장은 "2022년부터 중대재해법을 준비하려 했는데, 관련 부처에 문의하니 당시는 50인 이상 사업장만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며 "영세 사업장 지원은 지난해에야 시작됐고,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호소했다.
중소 건설업체 하송종합건설의 장범식 대표는 "참으로 답답하다"며 "준비가 안된 상황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는 수사와 재판을 받고 기업을 정상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워 결국 폐업할 것"이라 경고했다. 중소기업인들은 결과적으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수사·재판 과정에 거래처들의 발주가 끊길 것이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 우려한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주변의 얘기를 들으면 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근로자 수를 5인 이하로 줄이거나 법인 분할을 검토하는 기업인들이 수두룩하다"며 "법 위반 사항이지만 '구속되지 않고 징역을 살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듣고 그 심정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은 법이 확대 적용되기까지 국회가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동경 경기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이사장은 "국회는 피와 땀 흘리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텨 경제에 이바지했는데, 밑바닥 경제를 책임지는 중소기업과 협의 없이 중대재해법을 일방적으로 적용했다"며 "법 적용을 안 받겠다는 것이 아니고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애걸하는데 국회로 목소리가 닿지 않는 듯 하다"고 말했다.
회견을 주최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법무, 노무 여건을 갖출 수 없는 상황에 재해가 발생하면 회사를 비우고 경찰서, 법원을 드나들어야 하는데 누가 무서워서 사업을 하겠나"라며 "중소기업 사장들의 간절한 외침을 똑똑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법 유예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전달한다. 중소기업인들은 회견 마지막에 "입법하는 국회의원님들 현장 와서 한번 봐라", "산업재해 예방 잘할테니 사장 처벌 없애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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