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74조원 스톡옵션 부당’…미국 개미가 이겼다

델라웨어주 법원 “보상 부당” 판결…머스크 “이곳에 회사 세우지 마라” 반발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22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유럽유대인협회(EJA) 주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회사에서 받은 560억 달러(74조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반환해야 할 처지가 됐다.

미국 델라웨어주의 법원은 30일(현지시각) 머스크가 2018년 회사에서 받은 보상금을 둘러싼 소송에서 “보상이 부당하다”며 무효화를 주장하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캐서린 매코믹 재판관은 “당시 머스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 보상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었다”며 “보상 승인 과정에 큰 결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머스크와 테슬라의 이사회가 보상이 공정하다는 걸 입증할 책임이 있지만, 이들은 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2018년 최고경영자 머스크에게 보상으로 560억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다. 머스크가 회사 매출과 시가총액 등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12차례에 걸쳐 최대 1억1천만 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테슬라의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는 2022년 10월 “보상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테슬라의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기에는 머스크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아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머스크가 다시 테슬라 지분을 늘리려던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머스크는 2022년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에 필요한 자금 440억 달러(58조원)를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여러차례 매도해 보유지분이 현재 13%로 줄어든 상태이다.

머스크는 그러나 최근 테슬라를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의 선두주자로 키우기 위해 적어도 25%의 안정적인 지분이 필요하다며 지분 추가 확보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머스크가 이번 판결로 무효가 된 보상 패키지 스톡옵션을 원래 계획대로 받으면 그의 지분은 20.5%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원고 쪽 변호인인 그레그 바랄로는 “법정이 테슬라 이사진의 어처구니 없이 과대한 보상 패키지를 되돌리는 철저하고 특별히 논리적인 결정을 내려준 데 사의를 표한다”고 반겼다.

반면 머스크는 판결 뒤 소셜미디어에 “델라웨어에 결코 회사를 세우지 말라”며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머스크 쪽에서는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