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PBR' 공시로 디스카운트 해소? 커지는기대감
현금 유동성·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 살펴야
[아이뉴스24 황태규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장 종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비교 공시를 도입한다. 저평가됐던 국내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PBR이 1보다 낮은 종목 중 유망 종목 찾기에 나섰다.
3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월부터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운용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시행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먼저 도입했던 일본의 경우 저PBR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PBR 1배 이하 기업들 중심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신증권은 PBR 1배 미만의 대형주 중 현금자산이 풍부한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PBR 1배 미만이고 시총 8조원 이상인 기업 중에 현금성 자산·부채 총계·영업활동현금흐름 등을 살펴보면 하나금융지주와 현대차, LG 등 19개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가 제시한 종목은 우리금융지주·SK·하나금융지주·신한지주·KB금융·SK이노베이션·KT·대한항공·기아·LG전자·HMM·HD한국조선해양·SK텔레콤·현대모비스·현대차·POSCO홀딩스·삼성생명·삼성물산·LG 등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은 종목 중에서도 정책의 영향을 받아 얼마나 올라갈지는 단기간에 알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미 낮은 PBR을 벗어나려 움직이고 있었는데, 정책이 힘을 실어준 종목과 싼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닌 진짜 저PBR에 가까운 종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미 디레이팅을 시도하고 있던 종목' 중 올해 실적성장률 예상치도 높은 종목으로 DL이앤씨·CJ·한국전력·SK스퀘어·기아·한국단자·유니드 등을 추천했다. 또한 '실제 가치가 저PBR에 가까운 종목' 중 유동비율이 높고 자본잉여금이 잉여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기업으로 현대모비스·세아제강지주·하이록코리아·에스에프에이·영원무역·세방전지·빙그레 등을 제시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저PBR 종목들은 이미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또한 개별 종목 뿐 아니라 금융업, 증권업 등 종목별로 PBR이 낮은 업종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다양한 모습이다. "정부 리딩방에 따라봐야지", "설 연휴까지는 오르지 않을까", "저평가도 테마주냐", "PBR 낮다고 다 오르진 않을 듯"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다만 이런 정책이 본질적인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이 되기엔 힘들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낮은 PBR만을 바라보는 자세를 지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PBR이 낮다고 해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결국 귀결 여부는 환원 가능한 재원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증권 시장에서 이번 정책 하에 투자할 만한 종목을 찾아봤을 때, 타 선진국 증시 대비 수가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현금 유동성과 이익잉여금이 양호한 트렌드를 유지하며 시총대비 비중이 낮은 수준인 주주환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종목을 추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의 주가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더딜 것"이라며 "정부 정책의 효과로 저PBR 해소를 하기 위해서는 디스카운트 요인 제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국내외 부동산 시장 성장 속에서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자본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영업 특성상 주주환원 정책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증시 부양에 따른 직접적 실적 개선과 이를 반영한 주가 상승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태규 기자(dumpling@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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