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 잔] 현재 총 관중 112만 7,961명, 한국이 아시안컵을 열었다면 가능했을까?

김태석 기자 2024. 1. 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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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현재 카타르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2023 AFC 아시안컵은 본래 한국이 무척이나 욕심을 냈던 대회다.

당초 이 대회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대회 개최가 유예되더니 도중에 중국이 개최 자격을 포기하면서 카타르가 대회를 유치했다. 그런데 한국은 대회 유치를 놓고 중국과도 경쟁했고, 중국이 개최권을 내어놓자 카타르와도 대회 유치를 놓고 다퉜다. 대한축구협회(KFA)가 AFC 내 외교 영향력을 넓히려는 일환에서 추진했을 아시안컵 유치였겠지만, 현재 카타르 아시안컵이 내놓고 있는 '흥행 스코어'를 보면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카타르 아시안컵 조직위원회와 AFC는 지난 30일 꽤 놀라운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지난 1월 12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카타르와 레바논의 대회 개막전부터 16강 제1경기였던 카타르와 팔레스타인의 대결까지 총 106만 8,587명의 관중을 모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31일 오후 시점에서 가장 최근 경기였던 16강 한국-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총 관중 수는 112만 7,961명이며, 경기당 평균 관중은 2만 6,856명을 경기장에 불러들였다.

카타르 아시안컵 조직위원회와 AFC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관중 흥행은 역대 최고로 평가받았던 2015 AFC 호주 아시안컵의 총 관중수를 이미 돌파한 수치라고 한다. 비단 오프라인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조직위원회의 소셜 미디어 계정은 노출 횟수 6억 8,900만 건, 네티즌 참여 500만 건, 동영상 조회수 2억 800만 건 등 엄청난 반응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러니까 아시안컵이 출범한 이래 가장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회라 할 수 있다.

자심 알 자심 대회 조직위원장이 현재까지 이룬 성과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멘트까지 담긴 이 보도자료를 보며 만약 이 대회가 대한축구협회가 바랐던 대로 한국에서 개최되었더라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을 떠올려봤다.

사실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은 1년 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륙 최강자를 가린다는 권위는 대단하지만, 아무래도 참가팀의 네임 밸류가 월드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 단적 예로 한국 역시 안방에서 열었던 2002 FIFA 한일 월드컵이나 2017 FIFA U-20 월드컵 당시 한국 팬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팀의 경기에서는 팬들이 많이 찾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은 흥행적인 면에서 꽤 분투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 대회 최저 관중 경기인 A그룹 중국-타지키스탄의 관중 수는 4천 1명이었다. 같은 매치업으로 한국에서 열었다면 과연 관중 수가 얼마나 모일지, 4천 1명이라도 모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가 어렵다.

물론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이 마냥 악재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아시아권 선수들의 유럽 진출 때문에 축구팬들이 알아볼 만한 선수가 많아졌다. 손흥민이나 쿠보 타케후사, 메흐디 타레미와 같은 선수는, 팬들의 눈을 사로 잡을 만한 빅 리그 슈퍼스타들이다.

카타르 인근에 사우디아라비아 팬 십수 만 명이 차를 끌고 올 수 있다 혹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현지에 많이 거주한다는 게 흥행을 기대할 만한 요소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아시안컵에 꽤 많은 관중이 몰리고 있다는 건 분명 기대 이상이다.

사실 12년 전에 같은 카타르에서 열렸을 때만 하더라도 아시안컵은 한국 개최를 노릴 만한 대회였다. 당시 대회 총 관중 수는 40만 5,361명(경기당 1만 2,688명)이었다. 개최국 카타르나 우승후보급 팀들의 대결 정도를 제외하면 대개 천명 대 관중이 몰리는, 흥행적 측면에서 소소한 대회였다. 소위 축구 경기를 열고 대회만 잘 치를 역량만 있다면 유치가 가능했던 아시안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흥행 전략과 시설 인프라가 우선되는 분위기다. 과거처럼 일단 대회 유치권만 주면 잘 준비해보겠다는 식의 호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AFC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어설픈 명분론을 내밀었다가는 쓴 맛을 봤던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전철만 밟을 것이다. 일단 여건을 만들어놓고 얘기하라는 분위기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아시안컵을 유치하려면 시설 역시 월드컵에 준할 정도로 최신식으로 조성해놓아야 하고,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 못잖은 흥행 전략도 짜야 대회를 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아마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있을 차기 대회는 지금 카타르 대회보다 더 할 것이다.

때문에 훗날 대한축구협회가 AFC 아시안컵을 유치할 생각이 있다면, 생각과 관념부터 바꿔야 한다.  20년이 훌쩍 넘은 월드컵 경기장 시설 운운하며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아시아 축구 맹주로서의 명분만 내세우려는 낡은 전략은 버려야 한다.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을 통해 체급 자체가 더욱 커진 대회가 됐음을 잊지 말고 대응해야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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