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픈 서도소리는 내 운명”…‘관산융마’ 50년 만에 전곡 녹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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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떨림 속에 굽이치며 꺾이는 소리가 느릿한 장단으로 끝없이 뻗어 나간다.
서도소리 명창 유지숙(61)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최근 발매한 음반에선 왠지 모를 애련함이 감돈다.
"떨고 꺾은 다음엔 곡선을 줘야 해요. 무겁고 장중해야 서도소리 제맛이 나지요." 최근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유 명창은 '떠는 음, 꺾는 음, 곡선을 줘서 슬픈 정서를 만들어내는 음'을 서도소리 3대 특징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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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곡 완창 공연도 도전
묵직한 떨림 속에 굽이치며 꺾이는 소리가 느릿한 장단으로 끝없이 뻗어 나간다. 서도소리 명창 유지숙(61)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최근 발매한 음반에선 왠지 모를 애련함이 감돈다.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의 서도소리 중에서도 정수로 꼽히는 ‘관산융마’와 ‘수심가’를 담은 2장짜리 음반이다. 두 곡 모두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떨고 꺾은 다음엔 곡선을 줘야 해요. 무겁고 장중해야 서도소리 제맛이 나지요.” 최근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유 명창은 ‘떠는 음, 꺾는 음, 곡선을 줘서 슬픈 정서를 만들어내는 음’을 서도소리 3대 특징으로 꼽았다. 음을 떨어 요성(搖聲)을 내되 가볍지 않아야 하기에 고난도 창법이 요구된다고 했다. 유 명창은 “서도소리는 대동강 물을 마시고 해야 제소리가 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며 웃었다.
이번 음반 2장을 내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유 명창이 전액 자비를 들여 만든 음반이다. 반주는 피리 명인 최경만 명인이 도맡았다. 민속음악계의 대부로 불리는 최 명인도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두 사람이 부부이니, ‘부창부수(婦倡夫隨)’로 만든 음반인 셈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전승교육사인 유 명창은 강화도에서 나고 자랐다. 황해도가 지척이라 그의 어머니처럼 서도지방에서 건너온 이들이 많은 동네였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주 노래를 불렀는데, 어린 마음에도 그 구성진 서도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에겐 어린 시절의 배경음악이 서도소리였던 셈. 학창 시절 또래 친구들이 팝송을 즐길 때도 이은관(1917∼2014) 명창의 ‘난봉가’와 ‘산염불’ 등 서도민요에 꽂혔다. 유 명창은 “서도소리가 제겐 운명인 것 같았다”고 했다.
소리를 배울 형편이 되지 않아 상업고등학교 졸업 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작은 회사에 취직했다. 그래도 소리를 못 잊어 근처 민요 교습소를 찾았는데, 서도소리 인간문화재 오복녀(1913~2001) 명창을 소개해줬다. 스승은 “목이 좋구나”라며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직장도 그만두고 소리에 전념했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박사과정까지 밟았고, 34살엔 고대하던 국립국악원 단원이 됐다.
곡조마다 슬픔이 어린 ‘수심가’는 대표적 서도민요다. 유 명창은 “남도에 육자배기가 있다면 서도엔 수심가가 있는데, 서로 쌍벽을 이룬다”고 했다. 수심가 8곡을 담은 이번 음반은 수심가만으로 이뤄진 최초 음반이다.
시조 창법이 섞인 애수 어린 선율의 관산융마는 음역이 2옥타브를 넘나든다. 영조 때 문인 신광수(1713~1775)가 44구로 지은 한시를 창으로 부르는 노래다. 오복녀 명창은 생전에 “깊어야 싱겁지 않다”며 제자들에게 이 곡을 끊임없이 연마하도록 권했다고 유 명창은 떠올렸다. 관산융마 44구 전곡 녹음은 오복녀 명창 등이 1972년에 발매한 엘피(LP) 음반이 유일하다. 이번 음반에 44구 가운데 우선 14구를 담았다. 유 명창은 “나머지 30구도 차례로 음반으로 내놓을 계획”이라며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44구 전곡 완창 공연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한 공연에서 관산융마 44구를 완창할 경우 남북한을 통틀어 최초가 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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