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허문 규제의 '벽' ...유통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유통시장 둔화, 규제완화 분위기 속 유통업계 살길 찾기
이마트, 롯데쇼핑, 쿠팡이 연초부터 유통시장 확대를 위해 차별화 경쟁에 나섰다. 이마트 수원 스타필드를 필두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본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롯데는 해외시장에 포커스를 맞췄다. 쿠팡은 폐광촌과 같은 지방의 소도시까지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로켓배송을 위한 대동맥을 구축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당일·익일·새벽배송 서비스에서 소외된 지역까지 모세혈관을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강원 강릉·동해·삼척 △경남 통영·사천 △경북 안동·영천·영주·경주, △전남 영암과 전북 김제 △충남 공주·논산·보령·예산 △경기 가평 등 16곳의 행정안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관심지역 포함)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밖에도 경남 거제·진주와 전남 순천·여수·목포·나주, 충북 음성·증평·진천 등 지방의 여러 시군구 지역을 포함해 읍면동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전망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본업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이 세상은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가 나눠지게 돼 있다"며 "본업 오프라인을 장악하는 게 목적이고 온라인은 G마켓을 통해서 견제하면서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G마켓 인수를 통해 온라인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한편 이마트 점포는 일부 매각하는 등 오프라인의 비중을 줄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마트, 스타필드와 같이 신세계그룹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한계를 절감하고 오프라인 시장부터 확실하게 잡아두고 온라인 시장은 점차 확대해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올 들어 최소 5개 이상의 점포 용지를 확보하고, 신규 출점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간다리아점의 식료품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20% 늘려 전체 80%까지 확대했고 직영 베이커리 '풍미소', 자체 피자 브랜드 '치즈 앤도우' 등 간편식 매장과 개방형 주방(요리하다 키친)도 구비했다.
국내에서 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리뉴얼해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서울 은평점의 '그랑 그로서리'를 해외에도 확대 적용했다.
김태훈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그로서리에 집중한 차세대 매장을 선보여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롯데는 2022년 매출의 125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올해 38%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올 4분기 중 인도네시아 말랑 지역에도 새 도매 점포를 오픈할 예정이다.
유통3사가 이처럼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유통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소매시장 규모(소매판매액)는 472조원으로 지난 2022년 1~3분기 463조원 대비 2% 커지는데 그쳤다.
유통시장에서 온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진데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각종 규제 완화 정책도 이같은 위기의식을 키웠다.
정부는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풀고 영업시간 제한조치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규제가 풀릴경우 대형마트는 공휴일 대신 평일에 휴업하고 새벽배송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조치는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할 수 없도록 해왔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구분짓는 규제로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대형마트가 e커머스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이마트의 경우 새벽배송 영역은 자사 e커머스인 G마켓을 통해 쿠팡과 경쟁해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쿠팡이 대형마트가 쉬는 공휴일 소비자들의 대체제로 작동하게 했다. 하지만 규제가 사라지게 될 경우 이제는 쿠팡과 대형마트가 공휴일에도 새벽에도 직접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의 벽(영역)을 만들어줬던 규제가 풀리면서 유통시장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며 "결국 각 유통사가 가진 고유의 차별점이 사라지는 만큼 새로운 차별점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뤄진 유통3사의 행보는 이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온 것들이지만 이번에 각 사의 차별성을 더 부각해야할 필요성은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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