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 "참사 근본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

1차 자체 조사결과 발표…오는 3월 재발방지대책 등 추가 발표

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가 31일 충북도청에서 '오송참사 원인조사 결과 발표 1차 보고회'를 열었다.2024.1.31./ⓒ 뉴스1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가 31일 참사와 관련한 1차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검찰 수사가 제방 붕괴와 지하차도 교통 통제 등 참사 당일의 행적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재난관리 체계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로 구성한 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충북도청에서 '오송참사 원인조사 결과 발표 1차 보고회'를 열고 자체적으로 조사한 참사 원인과 경과, 관련 기관의 대응 문제를 짚었다.

이들은 제방 무단 철거와 참사 당일 미흡한 대응을 직접 원인으로 꼽으면서 구조적인 시스템에도 큰 결함이 있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백경오 한경국립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하천 폭이 협소하고, 미호천교와 충북선 공사로 6개의 교량이 운영 중인 사고 현장을 취약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지 않았다"며 "또 제방이 붕괴하고 나서 30여 분간 시간이 있었음에도 행정의 칸막이와 재난안전통신망의 구조적인 오류로 대응이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박상은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 조사관은 "궁평2지하차도는 충북도가 관리하는 '침수 우려 취약도로'로 지정된 4곳 중 1곳으로 집중 관리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지하차도 통제 기준이 다른 지자체 또는 청주시가 관리하는 지하차도보다도 느슨했다"고 지적했다.

책임 기관의 기관장들이 처벌 대상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환경부는 국가하천인 미호강과 부속시설을 관리하지 못했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지자체는 각각 임시제방과 지하차도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에 실패했다"며 "기관장들 역시 각자의 책임이 드러났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희천 박사는 "참사 이후 진행된 국조실 감찰, 검찰 수사 등은 '붕괴와 침수 현상 자체'에 과도하게 치중됐다"며 "협소한 관점에서 조사가 이뤄지면서 제방 붕괴와 지하차도 침수 위험이 간과된 원인, 재난관리 체계의 문제 등 근본적 원인에 따른 책임 파악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날 내놓은 자체 조사 결과를 검찰에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3월에는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 2차 가해 문제 등을 조사한 뒤 추가 발표한다.

앞서 지난 7월15일 미호강 제방이 유실되면서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십수 명이 다쳤다.

이후 국무조정실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행복청·충북도·청주시·충북경찰청·금강유역환경청·금호건설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책임자를 규명하고 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