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부모는 있는데 사촌은 없다?…친족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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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구 전망에 따르면 80억명대에 진입한 세계 인구는 2086년 104억명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 국면으로 들어선다. 이 흐름을 떠받치는 세 가지 축이 저출생과 고령화, 그리고 도시화다. 이 세 물줄기가 만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가 있다. 한 개인이 태어나서 성장해 삶을 마칠 때까지 생활의 원동력 내지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가족 또는 친족 구조의 변화다. 20세기 후반 도시화의 진행과 함께 전통의 대가족 구조를 대신해 등장한 4인 핵가족 중심 구조가 또 다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인구통계연구소가 이번 세기말 가족을 포함한 친족의 수가 35% 이상 감소하는 동시에 친족의 구조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친족의 경우 1950년 65살 여성의 생존 친족은 평균 41명이었으나 2095년 65살 여성의 생존 친족은 25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또 친족 관계망은 사촌과 조카, 손자녀가 급격히 줄고 조부모와 증조부모는 크게 증가하는 구조로 바뀐다. 저출생 고령화의 영향이다.
연구진이 이번 분석에서 적용한 친족의 범위는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녀, 증손자녀, 숙모, 삼촌, 조카, 형제자매, 사촌이다.
중국, 61명서 14명으로 가장 크게 감소
연구진은 분석을 위해 237개 국가에 대한 유엔의 공식 인구 조사 및 전망 자료를 이용해 친족 구조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나라별로 약 1000개의 친족 관계 기록을 분석한 뒤 1950년, 현재, 그리고 2100년에 한 사람이 유아, 35살, 65살일 때 예상되는 친척의 수와 유형을 추정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족 구조의 변화 정도는 나라별로 지역별로 다르게 나왔다. 평균적으로는 감소 폭이 38%였지만 적은 나라는 15%, 많은 나라는 54%로 편차가 컸다.
가장 큰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은 중남미였다. 이 지역 65살 여성의 생존 친족은 1950년엔 56명이었으나 2095년엔 67% 감소한 18.3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가족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북미와 유럽의 65살 여성의 생존 친척은 같은 기간 25명에서 15.9명으로 36% 줄어든다.
미국의 35살 여성의 경우는 1950년 33명의 친족이 있었으나, 오늘날엔 24명에 불과하다. 2100년에는 18명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에선 2080년 인구가 3억7000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100년 3억6600만명으로 약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기간 한 자녀 정책(1979~2015)을 펴온 중국의 가족 구조는 훨씬 더 극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65살 중국 여성의 경우 1950년에는 21명의 사촌과 15명의 손자를 포함해 61명의 친족이 있었으나, 오늘날 같은 나이의 여성에겐 49명의 친족이 있다. 그러나 2100년이 되면 65살 여성에겐 14명의 친족만 남게 된다. 연구진은 지금의 인구 추세라면 중국 인구는 현재 14억명에서 2100년 8억명 이하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벌어지는 세대 격차…가족 역할, 국가가 대신해야
가족 및 친족 규모와 구성의 변화는 가족 간 양육과 부양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선 전통적으로 자녀를 중심으로 한 후속 세대 구성원이 노인을 돌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직도 이런 구조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지만, 수십년 후의 노인들은 부양할 가족 구성원이 줄어 그런 기대를 할 수 없게 된다.
연구진은 중국보다 정도는 덜할지라도 이런 사태는 거의 모든 다른 나라에서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친족은 급감하고 증손자녀나 증조부모처럼 세대 간격이 큰 가족 구성원은 늘어나는 구조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35살 여성의 경우, 자신의 할머니 평균 연령이 1950년 77.9살에서 2095년 87.7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갈수록 자녀를 갖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세대 간 연령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이는 가족 부양 측면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조부모의 나이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지면 조부모가 자녀를 돌봐주는 일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대신 낀 세대는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연구진은 이런 인구 흐름은 한창 일할 나이의 성인들에게 갈수록 버거운 짐을 지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와 노인을 돌보는 동시에 나라 경제도 이끌어가야 한다는 짐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사회보장 제도와 경제 전체에는 악재다.
연구진은 따라서 전통적인 대가족이 맡았던 역할을 국가가 대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삶의 모든 단계에서 개인의 복지를 보장하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의지할 친족이 적은 노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육과 노년층 돌봄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73/pnas.231572212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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