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에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 ⑤ 불교..."존재는 인연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것, 끊임없이 정진하라"[강현철 칼럼]

2024. 1. 3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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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에 대한 어두움, 탐(貪)·진(瞋)·치(痴)가 모든 고통의 원인
"바른 생각과 마음, 바른 행동으로 정진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초기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다섯 니까야 중 하나인 맛지마 니까야.

불교는 '인간적'이다. '종교'인 동시에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는 '철학'의 모습을 띠고 있다. '신의 말씀'인 성경이나 쿠란과 달리, 불경은 '깨달은 인간(붓다·부처)의 말씀'이다. 경전도 한 권이 아니다. 기독교나 이슬람교에선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나 마호메트가 될 수 없지만, 불교에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불교는 "인간은 왜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어야 하며,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불교의 성립과 전개

BC 5세기경 인도 고대 가비라국 왕자였던 고타마 싯다르타를 괴롭혔던 건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29세에 출가, 6년동안 고행한 싯다르타는 붓다가야 룸비니 동산의 아슈밧타 나무(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드신 후 깨달음에 이른다. 부처님이 된 그는 45년간 이런 깨달음을 대중에 알리는 일에 전념한다.

이렇게 성립된 불교는 기원전 480년경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100년이 지난 BC 4세기경 승려들 사이에 계율과 교리에 대한 엇갈린 견해가 발생 , 상좌부와 대중부라는 근본 이부로 분열된다. 이후 대중부는 9파, 상좌부는 11파로 분화됨으로써 BC 1세기경 부파불교가 탄생한다.

부파불교 시대, 각 부파는 교설을 분석해 체계화할 필요성이 생김에 따라 자신의 교학 성과를 결집해 경·율·론(經·律·論)으로 정리하게 된다. 이를 '세 개의 광주리'라는 뜻의 삼장(三藏· 트리피타카)이라고 한다. 경은 부처님이 직접 전하신 말씀이며, 율은 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이다. 론은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특정 저자와 부파들의 해석 모음, 즉 주해·논서다. 부파불교는 불교를 훈고학적으로 해석해 무미 건조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듣는다.

BC 1세기쯤에는 또한번의 큰 변화가 일어난다. 열반을 추구하는 '아라한'의 길을 '소승'이라고 비판하면서 '대승 불교'가 탄생한 것이다. 대승은 '자리이타'(自利利他 ·스스로 깨달음을 구하면서 중생을 제도)를 앞세우며 '아라한' 대신 '보살'을 추구한다. 대승불교는 나가르주나(용수·龍樹) 와수반두(세친·世親) 등을 거치며 유식과 중관파를 낳는다. 7세기에는 밀교가 출현한다.

인도에선 1203년 이슬람군이 비크라마쉴라 대사원을 파괴하면서 불교가 공식적으로 사라진다.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는 동남아와 중국, 한국, 일본 등으로 전파된다. 스리랑카, 태국 등 남방에는 상좌부불교(소승불교)가 전해졌으며, 중국 한국 등 북방에는 대승불교가 주로 전파됐다.

◆초기불교의 가르침

불교는 '열려 있는 종교'라는 특징을 갖는다. 열려 있다는 뜻은 ▲때론 상반될 정도로 교리가 고정돼 있지 않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두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초기불교와 그후 불교의 가르침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석가모니 부처가 얻은 깨달음은 '사제'(四諦)와 '삼법인'(三法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諦, 사띠야·satya)는 '진리'라는 뜻이다. 네가지 성스러운 진리(사성제·四聖諦)라고도 하는 사제는 ▲괴로움이라는 진리(고제·苦諦)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진리(집제·集諦)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진리(멸제·滅諦)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라는 진리(도제·道諦) 네가지(고집멸도·苦集滅道)다. 집(集)은 '결합해 상승한다'는 뜻이다.

부처님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괴로움'(고‧苦)이다. 근원적 고통인 생로병사라는 '사고'(四苦)외에 사랑하는 것과의 이별, 싫어하는 것과의 만남,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음, 인간 존재에 집착해 살아가는 것 모두가 괴로움(팔고·八苦)이다. 불교는 이를 '삼계화택'(三界火宅·세계는 번뇌로 불타는 집이다)으로 표현한다.

괴로움은 진리에 대한 어두움(무명·無明) 때문이다. 무명에서 출발한 괴로움은 행-식-명색-육입-촉-수-애-취-유-생-노사라는 12가지 과정을 거친다. 이를 '12연기'라고 한다. 이런 괴로움은 목이 마를 때 물을 원하듯 대상을 원하는 충동인 갈애(渴愛)와, 탐(貪·욕심)·진(瞋·노여움, 성냄)·치(痴·어리석음)라는 '삼독'(三毒)에서 비롯된다.

괴로움은 "모든 존재는 연기(緣起)에 의해 일시적으로 성립된 것"이라는 깨달음과 수행에 의해서 사라질 수 있다. 갈애의 소멸, 갈애로부터 해방된 상태가 '열반'(涅槃·니르바나)이다.

삼법인은 법(法)의 3가지 특성으로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존재는 실체가 없고) ▲제법무아(諸法無我·모든 정신적 작용도 실체가 없으며) ▲열반적정(涅槃寂靜·열반은 모든 번뇌의 불을 끈 고요함이다) 등이다. 여기에 일체개고(一切皆苦 ·모든 형성된 것은 괴로운 것이다)를 포함해 사법인이라고도 한다.

깨달음은 '연기의 가르침'을 체득하는 것이다. 연기(緣起)는 '따라서-같이-생겨남'이다. 모든 삼라만상은 그것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개념적이든 연기적으로 드러나 있으며, 그런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일체만물은 모두 인연의 화합으로 생긴다. 인연이 흩어지면 적멸로 돌아간다. 생기고 소멸하고 떠나고 합치는 것이 마치 뜬구름이나 번개와 같아서 탐욕을 부리거나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다.

◆소승불교와 대승불교

불교의 큰 흐름은 교종과 선종, 소승과 대승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교종(敎宗)은 부처의 가르침, 즉 교학(敎學)을 중시하는 데 비해 선종(禪宗)은 직관적인 종교체험을 중시한다. 교(敎)는 부처님 말씀이요 선(禪)은 부처님 마음이라고 한다. 교종은 대체로 소승, 선종은 대승과 연결된다.

소승은 개인의 해탈을 추구한다. 윤회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목표다. 남방 상좌부불교가 대표적이다. 대승은 자신의 해탈 뿐 아니라 일체 중생의 구원을 앞세운다. 북방 대승불교로, 반야 사상이 바탕이다. '작은 바퀴'라는 뜻의 소승(히나야나)은 대승(마하야냐)이 얕잡아 만든 용어다. 대승불교는 불교를 세계 종교로 만든 원동력이지만 세존이 직접 설파한 가르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심지어 "대승경전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 아니다"(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라는 비판도 가해진다. 예를 들어 석가모니 부처님께선 우리 몸과 마음은 인연에 따라 일시적으로 성립한 것이라고 가르치는 데 대승에선 본성이 없다고 하면서도 '자성'(自性·변하지 않는 본성)을 주장한다. 중국 선종에서 '마음'(心·심)을 강조하는 것은 불교를 일종의 '마음 수련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또 부처님은 육도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대승에선 '서방 극락'을 얘기하는 식이다.

소승불교는 초기불교에 맞닿아 있다. 사성제와 삼법인을 따른다. 소승에서 깨달은 자는 '아라한'이라 불린다. 아라한에 이르기 위한 수행으로 팔정도(八正道)를 강조한다.

대승불교는 "일체의 법은 공(空)하다"는 '제법개공'(諸法皆空)을 주장한다. '제법개공'은 '일체의 법은 스스로의 본성이 없다'는 '제법무자성'(諸法無自性)과 상통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를 추구한다. 아라한 대신 '보살'(보디 사트바)을 추구하며, 수행방법으로 '육바라밀'(六波羅蜜)을 내세운다. 대승에서 미륵불 아미타불 비로사나불 문수보살 보현보살 지장보살 약사여래 등 수많은 보살이 탄생한다. 불경을 외우면서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치는데 아미타불은 극락에 있는 부처이며, 관세음보살은 고통받는 뭇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대승은 '회향'(廻向)을 강조한다. 불교의 공덕과 가치를 이웃이나 사회에 돌리는 행위다. 대승의 학파는 중관학파, 유식학파, 여래장 사상, 밀교 등으로 나뉜다.

불경은 석가모니 사후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다가(구송) 제자들에 의해 책으로 편찬됐다. 이를 '결집'(結集 ·불경 편찬회의)이라고 한다. 큰 결집은 모두 네차례 있었는데 첫 결집은 부처님 열반 직후였다. 마하가섭이 주도한 1차 결집에선 스님들이 모여 부처님을 모신 아난다 존자가 기억한 내용을 암송하면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불경을 만들었다. 불경이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으로 시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존하는 불경은 크게 인도 산스크리트어와 남방 팔리어로 쓰여진 것과, 중국어로 번역된 한역 불경으로 나눌 수 있다. 초기불교의 대표적 경전은 장아함 중아함 잡아함 증일아함 등 4아함(한역)과 쌍윳타 맛지마 디가 잉굿타라 굿다카 등 5 니카야(남방 팔리어)를 꼽을 수 있다. 아함경은 존재의 특징, 괴로움의 원인과 해결 등 사성제에 대한 내용이 주다. 숫타니파타는 아함경보다 일찍 결집된 경전으로, 부처님 초기 설법에 가장 가깝다. 초기불교 교단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구전되던 시를 모아놓은 법구경(담마파다)도 초기 불경의 하나다.

대승 경전은 반야경 법화경 화엄경 금강경 무량수경 유마경 등 650여부가 존재하는 데 언제 누가 결집했는지 확실치 않다. 대승이라는 말을 최초로 선언한 반야경은 "모든 존재는 공(空)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법화경은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성불과 중생 교화에 있다"고 얘기한다.

한국 조계종이 가르침의 근본 사상으로 삼는 소의경전인 금강경의 "일체의 유위법은 꿈 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갯불과 같으니 (존재의 진짜 모습을) 응당 이렇게 보아야 한다"(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는 구절은 유명하다.

◆중국 선종의 탄생

인도에서 대가 끊긴 불교는 중국에서 다시 선종(禪宗)을 중심으로 중흥한다. 선은 불교의 한 수행방식으로, 내면의 평안을 통해 우주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목표다. 장자 철학이 중국 선종의 성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남북조시대 부처님의 직계 제자였던 마하가섭의 28대 제자 보리달마가 양 무제때인 520년 중국에 선을 전하며 중국 선종의 시조가 됐다. 보리달마 이후 중국 선종은 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 등으로 법통이 이어진다. 특히 6조 혜능은 중국 선의 실질적 개조로 꼽힌다. 혜능은 "자기 본성(自性)을 깨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조계종은 육조 혜능의 수행처인 중국 조계산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나 '불립문자'(不立文字, 문자로써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울 수 없다), '교외별전'(敎外別傳, 경전이나 설법 등 문자나 언어에 의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리를 전하는 일), '직지인심'(直指人心, 눈을 밖으로 돌리지 말고 마음을 곧바로 직시할 것), '견성성불'(見性成佛, 본성을 봄으로써 부처가 될 수 있다) 등 직관적 인식에 의한 깨달음을 추구한다.

◆불교의 수행법과 인생의 지혜

십우도(十牛圖) 또는 심우도(尋牛圖)는 '소'(진리 또는 지혜)를 찾아가는 그림으로, 깨달음을 얻는 10가지 과정을 표현한다. 불교에선 깨달음을 얻은 부처(불·佛), 부처님의 말씀(법·法),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수행하는 스님(승·僧) 등 삼보(三寶)에 의지해 수행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등명·법등명·불등명(自燈明·法燈明·佛燈明)이라 하여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부처님 말씀과 부처님 존재를 의지처로 해 수행하라고 한다.

수행의 기본은 게율(戒律)을 지키는 것이다. 계율은 가장 기본적인 오계(五戒)에서부터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250계, 348계까지 수행자에 따라 다르다.

수행법은 소승과 대승에 따라 차이가 있다. 소승에선 '팔정도'(八正道)를 내세운다. 팔정도는 정견(正見, 바르게 보기)·정사유(正思惟, 바르게 생각하기)·정어(正語, 바르게 말하기)·정업(正業, 바르게 일하기)·정명(正命, 바르게 생활하기)·정념(正念, 바르게 기억하기)·정정진(正精進, 바르게 노력하기)·정정(正定, 바르게 집중하기)을 말한다. 이가운데 정견과 정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비해 대승에선 '육바라밀'(六 波 羅 蜜)이 수행법이다. 보시(布施, 베풀기)·지계(持戒, 도덕적 규범의 실천)·인욕(忍辱, 괴로움을 받아들여 참는 것)·정진(精進, 노력하기)·선정(禪定, 맑은 정신으로 집중하기)·반야(般若, 존재의 속성을 통찰하는 지혜의 눈 갖기) 등이다. 선종에선 이를 통해 '밖으로 모습(상‧相)을 여의고, 안으로 흩어지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 '상'(相)은 자신의 고착된 사고방식, 집착, 편견, 분별심, 교만심 등을 의미한다. 인연에 따라 머무름(住)도 없고, 가버림(去)도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불교는 "극락과 지옥은 부처님이 결정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행한 업(業·카르마, 행위)이라는 결과에 의해 육도윤회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한다. 자기가 행한 행위의 책임을 강조하고, 생명과 평등을 중시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쿠시나라에서 열반에 드시면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모든 것은 변화한다. 끊임없이 정진하라"였다.

불교에 따르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든 존재는 시절인연에 따라 이합집산한 것일뿐 차이가 없다. 만물은 평등하다. 또 모래 한알에도 온 우주가 담겨 있다. "바른 마음과 생각, 행동으로 생활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라. 그러면 인생의 많은 번뇌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불교가 현대인에게 말하는 생활의 지혜다.

강현철 신문총괄 에디터 hckang@dt.co.kr

* 이 글은 한국조폐공사 사보 '화폐와 행복' 2024년 1+2월자에 필자가 기고한 글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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