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대표 지분율 13%→0.01%…'주가 와르르' K바이오 무슨 일

정기종 기자 2024. 1. 3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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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케이맥스, 470억 규모 주담대 반대매매에 박상우 대표 지분 사실상 전량 처분
최대주주 부재에 이사회 경영권 급격히 약화…"심려끼쳐 죄송, 안정화 방안 찾겠다"
실적 기반 취약한 바이오 기업 자금조달 수단…상환 여력 부족에 악순환 반복 우려

지난 30일 박상우 엔케이맥스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47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주담대) 상환을 위한 반대매매가 이뤄지면서다. 13%에 달했던 박 대표 지분율이 0.01%로 낮아지면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최근 엔케이맥스와 같이 주담대 리스크에 최대주주 지배력이 약화되는 바이오기업 사례가 이어지면서 '다음은 어디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다.

엔케이맥스는 지난 30일 공시를 통해 박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1248만2184주(15.06%)에서 62만8902주(0.76%)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변경 시점은 지난 24일, 사유는 반대매매다. 특히 박 대표 개인 지분은 1000만주 이상에서 5000주 남짓으로 줄어 소규모 개인투자자와 다름없는 상황에 놓였다. 구심점이 힘을 잃은 회사 상황에 주가는 전일 공시 이후 시외거래에 이어 이날도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박상우 대표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전 최대주주 지분 반대매매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최대주주가 부재한 상황이 됐다"며 "회사와 경영진은 빠른 해결과 주가 회복을 위해 최대한 지배구조를 안정시킬 방법을 찾겠다. 이번 주가 하락으로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박 대표의 약속이 지켜질 지는 불투명하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현재 이사회의 영향력 역시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새 최대주주 의사에 따라 이사회 구성원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연초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1/2a상 미국 첫 환자 투약을 완료하는 등 만년 적자 속 연구개발을 이어가던 회사의 사업 방향성 역시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주담대 상환 부담에 따른 바이오기업 최대주주 지배력 약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200억원 규모 보유 주식이 반대매매 및 장내매도 되면서 지분율이 16.36%에서 9.79%로 낮아졌다. 10월 말이 만기인 주식담보대출에 대해 채권자인 한국투자증권이 만기 연장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에는 분자진단기업인 진시스템의 서유진 대표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40만주를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만기였던 주담대 연장 요청이 증권사로부터 거절받은 것이 배경이다. 이에 서 대표의 지분율은 지난해 9월 20.44%에서 14.85%로 줄었다.

이밖에 보로노이는 김현태 대표(경영부문)가 한국투자증권으로 받은 250억원 규모 주담대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만기 연장 불가 및 대출금 상환 통보를 받았는데, 1년 약정을 합의한 계약인 동시에 담보 주식의 보호예수기간(2025년 6월23일)이 걸려있다는 점이 이유로 아직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 대표가 주담대를 받은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올리패스가 지난해 6월 최대주주인 정신 대표의 보유주식이 3차례에 걸쳐 반대매매 형태로 강제 처분되면서 불과 한달 새 지분율이 반토막(23.8%→11.8%)이 나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에는 엑세스바이오가 한달 새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며 최영호 대표이사의 담보 주식이 반대매매 등으로 처분됐다. 이에 당시 12.8%였던 최 대표 지분율이 2대주주였던 우리들제약(現 팜젠사이언스, 7.76%) 보다 적어지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고, 경영권을 일시적으로 상실하기도 했다. 이후 엑세스바이오는 팜젠사이언스 자회사로 편입돼 최 대표 체제를 유지 중이다.

업계는 주담대 상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대주주 변경이 악순환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약개발 등 향후 잠재력을 동력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당장의 실적 기반이 부족한 곳이 대부분이다. 취약한 재무안정성에 은행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사용돼 왔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요 수익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상환 시기까지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보유 주식을 처분하거나, 반대매매를 당한 것이 앞선 사례들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긴 호흡이 필요한 신약개발 사업 연결성이 떨어져 수익창출 능력이 더욱 악화되기 쉽다. 대부분 연구자 출신 창업자가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지배권 약화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라덕연 사태로 대표되는 굵직한 리스크들을 겪으며 증권사들의 태도가 한층 보수적으로 변한 것 역시 최근 바이오기업의 주담대 리스크가 불거진 또 하나의 배경"이라며 "바이오 기업 전반의 사업 구조 변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만큼, 업종 특성에 맞는 금융지원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례들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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