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까지 때린 '저항의 축'…美보복 예고 속 이란 '딜레마'
이란, 중동 각국 친이란 민병대 지원하면서도 일정 거리 유지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친(親)이란 민병대의 공격으로 미군이 숨진 사건으로 미국이 보복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중동 각국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의 뒷배 역할을 해온 이란도 고민에 빠졌다.
그간 미국과의 직접 충돌은 피해온 이란이 이제 미국의 보복을 차단하면서도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에 이어 지난 27일 요르단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친이란 민병대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자 이들의 후원자인 이란이 미국과 직접적인 무력충돌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은 수십 년간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의 다양한 민병대 등을 지원·육성해 '저항의 축'을 구축했다.
다만 이란이 여기 속한 각국 민병대 등에 대해 완전한 지휘·통제권을 가진 것은 아니고 이들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또 수니파인 하마스처럼 모두가 이란의 시아파 이념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며, 때로는 이란의 이해관계와 상충하는 자국 내 이슈가 각자 있다.
이처럼 저항의 축 산하 조직들이 영토와 운영 면에서 어느정도 자율성을 갖고 있어 이란이 이들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쉽다는 점은 이란 입장에서 유리한 점이다.
그간 이란은 이런 식의 접근법으로 자국 정권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면적인 보복을 피할 수 있었다고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 전문가 출신의 노먼 룰은 설명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전면 공격에 나서면서 이란의 전략은 전례 없는 시험을 맞았다.
자국까지 휘말릴 수 있는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마스를 지킬 것인지, 아니면 물러서서 하마스가 쓸려나가는 것을 지켜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착수한 지 몇 주 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하마스 고위 대표들과 레바논, 이라크, 예멘, 팔레스타인의 다른 친이란 민병대 지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하메네이는 참석자들에게 이란이 직접 무력충돌에 개입해 전쟁을 확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하마스 고위 간부 2명과 헤즈볼라 고위직 2명이 각각 WSJ에 전했다.
하메네이는 팔레스타인 외의 주변국에서 전투를 벌일 경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번에도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요르단 주둔 미군에 대한 공격과 이란과의 연관성을 재빨리 부인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의 주체로 거론된 이라크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비롯한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이란의 명령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전날 말했다.
또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이라크 정부를 난처하게 하지 않기 위해 미군 상대 군사작전을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2003년 이라크전 발발 이후 이라크에서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비롯한 6개 이상 현지 무장단체의 충원과 훈련·무장을 지원했다.
이들 단체는 이제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사비에 속해 활동하면서 이라크 정부에 충성하고 있지만, 이 중 카타이브 헤즈볼라·하라카트 알누자바·카타이브 사이드 알수하다 등 3곳은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또 카타이브 헤즈볼라와 하라카트 알누자바는 최근 이라크·시리아 주둔 미군에 대한 공격과 가장 많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의 미군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미국이 이란혁명수비대에 이런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여러 차례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다수의 보복 공습을 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중동 전문가 에밀 호카옘은 이란이 하마스가 아닌 자국의 생존을 확실히 하기 위해 저항의 축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가 이란에 중요한 동맹이지만, 이란은 하마스를 구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우군인 레바논 헤즈볼라의 붕괴 위험성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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