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 답 없는 갑론을박에서 답을 찾는 법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4. 1. 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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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최근 두 아이돌그룹,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새로운 앨범에 포함된 곡인 ‘Wife(와이프)’의 가사가, 르세라핌은 컴백 전 공개한 트레일러 영상에서 멤버 중 몇몇이 입고 나온 의상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정성의 사전적 의미가 ‘어떤 감정이나 욕정을 북돋워 일으키는 성질’이라고 한다면, 방송에서 선정성을 언급하게 되는 건 어떤 상황에서일까. 주로 맥락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정 이익을 위해서 혹은 상업적인 목적만으로 불필요한 욕정을 굳이 북돋울 때, 그래서 보는 이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유발한다거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설 때라 하겠다.

물론 충분한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해도, 정도를 벗어나는 수준의 장면이나 내용은 방송이 지녀야 하는 윤리의식에 따라 제재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점차 빨라지면서 대중이 지닌 사고의 형태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터라, 이 속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영역으로서 종종 굳건하게 세웠다고 여긴 기준이 애매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곤 하니, 어떤 논란은 그에 관한 갑론을박이 치열한 것이다.

결국 (여자)아이들의 ‘Wife(와이프)’는 가사에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다소 짙게 들어있다는 이유로 KBS 자체 심의에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아이돌그룹의 특성상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유해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히 동의하는 바이나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 뭣도 모르고 그저 유명해서, 선율이 좋아서 흥얼거린 팝송이 나중에 알고 보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내용이었다는 경험을 떠올리면 그리 정자세로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반문이 드는 터.

여기에는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뒤따르긴 하다. 우선 팝송의 본고장이 성 문화에 있어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이라는 점, 어찌 되었든 타국의 언어라서 모국어로 쓰인 것보다 타격이 덜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어떤 이에게는 KBS의 결정은, 유연하지 않은 사고를 가진 어른들이 지레 겁먹어 아티스트의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주지 않 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곡은 그룹의 멤버가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고도 하니까.


르세라핌을 논란의 중심에 올려놓은 의상은, 멤버 중 몇이 짧은 상의와 매치하여 착용한, 얼핏 속옷처럼 보이는 팬츠리스 스타일의 짧은 하의였다. 일명 ‘팬츠리스 룩’으로 불리는 이 패션의 형태는 노팬츠 룩이라고도 하며, 말 그대로 바지를 입지 않은 것 같은 스타일이다. 해외에서 2024년 패션 트렌드로 예고되어, 해외뿐 아니라 국내 유명 스타들도 공식 행사 자리에서 선보이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는 중이다.

하지만 유명 아이돌 그룹이 착용하는 건 사정이 또 달랐다. 이를 보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Wife(와이프)’의 경우와 동일하게 청소년들이 혹여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따라 입기라도 할까 염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反)하는 이들은,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다면 패션 트렌드가 아닐뿐더러 그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무엇에든 무분별하지 않게끔 교육을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애꿎은 곳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입장이다.

돌이켜 보면 르세라핌 이전에 적지 않은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팬츠리스 룩이라 보아도 될만한 의상을 선보였으며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말세라며 이래서 문제라며 보기 불편하다는 쪽과 퍼포먼스의 일종으로 여기며 멋있게 여기는 쪽이 각축을 벌였다. 즉, 르세라핌만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반복되어 온 이 논란의 핵심 쟁점은, 사실 여기에 있다. 그 혹은 그들이 선보이는 퍼포먼스와 일맥상통하는 의상인가.

명분을 묻는 것이다. 만약 (여자)아이들이 ‘Wife(와이프)’란 노래를 만드는 데 멤버 중 하나가 참여하지 않았다면, 르세라핌이 패션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룹이 아니었다면 ‘선정성’이란 표현 하나로 종결되었을 터. 의미와 목적이 부여될 만한 연결성이 보이는 까닭에 기존의 윤리의식에 약간 벗어나는 것 같아 제재는 해야겠는데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답이 없는 갑론을박이 이어질 수밖에 없겠다.

“세상이 우리한테만 쉬운 거 같니?”
어쩌면 답이 없는 게 정상일 수도.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도출해 내는, 도출해 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선정성 논란을 통해, 그간 단순하게 치부해 버려 왔을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생겨나고 고민을 반복하다 보면 나름의 선(線)을 구축할 수 있으니까. 이게 지속적으로 통용될지는 모르겠으나, 설사 그렇지 못하다 할지라도 때마다 구축하면 된다. 이게 우리의 대중문화를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저력이 되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여자)아이들&르세라핌 공식SNS, 전소연&허윤진 개인SNS]

르세라핌 | 여자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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