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이 손댔던 '도심 흉물'…과천 '보금자리'로 탈바꿈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2024. 1. 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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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수자인 준공승인, 31일부터 입주
100% 시민 대상…특별공급 공공성↑
사업 추진 과정에 거듭된 '우여곡절'
우정병원 건립 중단 후 '20년 방치'
복잡한 토지권 관계…각종 의혹까지
신계용 시장 초임 때 대책TF 가동
박근혜 정부 1호 선도사업 '급물살'
신 시장 "골칫덩이에서 새 둥지로"
장기 방치돼 있던 우정병원 건물(우)과 공동주택으로 재건축된 모습. 과천시청 제공


경기 과천시 도심에 수십 년간 흉물로 방치됐던 '우정병원'이 지역민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탈바꿈해 입주가 시작됐다.

본격 입주 돌입, 100% 시민 대상 보금자리


31일 과천시에 따르면, 전날 갈현동 과천수자인 아파트에 대한 준공(사용) 승인이 났다. 아파트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0층·4개 동(174세대)규모로, 과천시민들에게만 입주 자격이 주어졌다.

전체 세대 중 절반은 생애 최초 집을 장만하는 노부모 부양 가구와 신혼부부, 다자녀 가정에 우선 공급하는 등 '공공성'을 높인 공동주택이다. 나머지는 일반분양 세대다.

공공주택으로서 경기권 최고 수준인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고, 지하철역을 비롯한 상권과도 가까워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는 시가 입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법제처를 상대로 법률 해석을 통한 협의를 거쳐, 공공택지 지정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이끌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총 사업비는 건축비와 토지 매입비 등을 합쳐 1400억 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사업자가 각각 51:49의 비율로 출자하는 민·관 합동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오랜 골칫덩이였던 유령 건축물이 사라지고,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며 "입주 절차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 행정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사업 좌초로 흉물 전락…계획 변경 실패 거듭

 
지난 2016년 공사중단 방치건축물(과천 우정병원) 정비선도사업 협약식. 과천시청 제공

애초 이 단지는 공사 중단으로 방치됐던 우정병원이 있던 자리다. 짓다 만 건물을 없애고 새 둥지를 틀기까지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정병원 사업은 세월호 참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 1991년 750억 원을 들여 첫 삽을 뜬 의료시설 건립계획이었다.

하지만 1997년 사업자인 ㈜세모의 부도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공정률은 60%였다.

500병상(12층) 규모 종합병원의 외관을 갖춰 지역 주민들의 기대를 모아온 건축물이 졸지에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것.

이후 한 의료재단 등으로 사업자가 바뀌는가 하면, 기존 건축물을 업무시설이나 장례식장, 봉안당 등으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특히 토지 소유권이 여러 주체로 분산돼 있어, 사업성과 보상금 등을 놓고 분쟁 조짐을 보이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것도 공사 재개를 힘들 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병원 건물이 방치된 기간만 20여 년.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우범 지대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자체TF+정부 지원으로 대변신…"흉물→둥지"

 
최근 신계용 과천시장이 과천수자인 단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과천시청 제공

이에 시는 2015년 전담기구를 만들며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 신계용 과천시장이 초선 시절 역점사업으로 다뤘던 것이다.

당시 시는 우정병원 정상화 추진위원회와 우정병원협력 전담(TF)팀을 꾸려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용도 변경 등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버려진 공간을 되살리겠다는 게 핵심 취지였다.

이같은 노력과 계획은 국가 지원으로 급물살을 탔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특별법을 근거로 과천 우정병원을 '방치건축물 정비 1호 사업'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시는 국토교통부, LH와 수차례 협의를 통해 병원 부지에 공동주택 사업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고, 신 시장 취임 3년 만인 2017년 사업계획을 고시했다. 호텔과 요양원 등으로 변경하는 제안들도 있었지만, 시는 특혜 시비를 감안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됐던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를 대신한 주거지로의 사업 변경에 시동이 걸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약속했던 공공기여금(30억 원)이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철회되는가 하면, 건물 철거 시 보상금이 과다 지급된 것 아니냐는 등 각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의혹은 과천시의회의 문제제기로 감사 청구까지 이어졌으나 '청구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사유로 자체 종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점검에 나선 신계용 과천시장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역 최대 숙제가 시민들 성원과 협조 덕분에 해결될 수 있었다"며 "전화위복의 선사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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