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유튜버가 샀다 하면 “나도 살래” 오픈런…디토소비가 뭐길래 [필동정담]

심윤희 기자(allegory@mk.co.kr) 2024. 1. 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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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 노래 가운데 '디토(Ditto)'가 있다.

디토 소비는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유명인이 산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소비 유행을 일컫는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시성비'도 디토 소비의 핵심이다.

청소년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디토 소비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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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 노래 가운데 ‘디토(Ditto)’가 있다. ‘Oh say it ditto(동감이라고 말해줘)’라는 노랫말이 반복되는 이 곡에서 디토는 라틴어로 ‘나도’ ‘나 역시’라는 의미다. 디토 소비는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유명인이 산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소비 유행을 일컫는다. 영화·드라마 같은 영상물에 등장하는 곳을 여행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 모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생활양식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대상을 찾아내고 그 대상을 추종해 소비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스타벅스와 스탠리가 협업해 만든 밸런타인데이 기념 한정판 ‘핑크 텀플러’가 틱톡에서 10~20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미국에서 품귀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이베이
안목이 뛰어난 인플루언서들은 디자인이 우수하거나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기가 막히게 골라내는 능력이 있다. 정보의 홍수에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실패가 없는’ 유명인 취향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의사결정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시성비’도 디토 소비의 핵심이다.

하지만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에 방점을 두고 가격과 만족도를 따지는 ‘가치 소비’와는 정반대다. 소비의 획일화가 발생할 수 있고, 비합리적인 소비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제품에 대해 맹목적 추종에 가까운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와 보온병 업체 스탠리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출시한 한정판 ‘분홍 텀블러’ 열풍이 대표적이다. 틱톡에서 ‘꼭 손에 넣어야 할 물건’으로 뜨면서 미국에서 ‘오픈런’까지 벌어졌다. 약 6만5000원인 이 제품은 10배인 70만원에 재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디토 소비의 배경에는 남들과 같은 제품 구매로 소외되지 않으려는 욕구도 깔려 있다. 청소년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디토 소비의 단면이다. 주체적 추종이 아닌 분별력 없는 추종으로 흐를 소지가 큰 것이다. 디토 소비는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했다. 개성이야말로 가장 큰 경쟁력이다. ‘타인의 취향’을 무조건 좇는 것보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소비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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