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든 열려있다'…英 웨일스 의회 '세네드'를 가다[통신One]

조아현 통신원 2024. 1. 3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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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일한 웨일스-영어 이중언어 사용 의회
매주 화·수 본회의 대중 공개…무료 참관 가능
영국 웨일스 카디프 베이에 있는 웨일스 의회 '세네드(Senedd)' 전경. ⓒ News1 조아현 통신원

(카디프=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웨일스의 대표적인 관광지 카디프 베이에 들어서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황갈색 목재 지붕 건축물이 돋보인다.

마치 항구에서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이 건물 안까지 밀려 들어온 듯한 형상이다. 외벽에는 두꺼운 콘크리트가 아닌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대한 통유리창이 둘러싸고 있다.

미학적인 요소가 곳곳에 묻어나는 이 건축물은 '세네드(Senedd)'라고 불리는 영국 웨일스 의회다.

웨일스는 영국 중앙정부로부터 권력이양을 통해 자치 권한을 가진 지 불과 25년밖에 되지 않았다. 입법권이 분리된 스코틀랜드와 달리 웨일스는 영국 의회가 유보한 범위 안에서 다소 제한된 입법 제정권만 가지고 있다.

자치 정부로서 역사는 짧다고 할 수는 있으나 그들의 선진적인 교육, 환경 정책 추구와 다양한 개혁을 시도하는 모습은 가히 눈여겨 볼 만하다.

30일(현지시간) 오후 12시30분쯤 웨일스 의회 정문으로 들어가니 보안 요원들이 인사를 건넨다. 이날 오후 1시30분에는 웨일스 의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웨일스 정치수반이자 제1장관인 마크 드레이크포드와 각 부처별 장관, 의원들이 모두 이날 본회의에 참석해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과 논의를 진행한다.

보안 검색대로 향하니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방에 있는 노트북을 따로 꺼내고 외투와 목도리를 모두 벗어달라고 요청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가방에 물병이 있을 경우 병 안에 든 액체를 보안 요원이 보는 앞에서 직접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안 정책상 방문객이 독극물이나 유해성분이 든 액체를 의회 안으로 반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절차다.

영국 웨일스 의회 세네드(Senedd) 본회의장 위에 있는 방청객 좌석 전경. 영국에서 유일하게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의회 건물인 만큼 좌석에도 동시통역 기능이 잘 갖춰져 있다. ⓒ News1 조아현 통신원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세네드에서 열리는 본회의 또는 임시회가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웨일스 국민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세네드 의원들이 어떤 질의를 하고 장관들이 어떻게 답변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물론 여행객들도 참관이 가능하다.

로비로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가 바로 보인다. 직원에게 본회의에 참석하고 싶다고 말하면 참석자 예약 명단을 확인하거나 당일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추가로 적은 뒤 입장 티켓을 준다.

친절하게도 당일 안건이 시간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적힌 A4 종이도 함께 내준다.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웨일스어와 영어를 혼용해서 질의 응답을 하기 때문에 동시통역 기능을 하는 오디오 기기도 방청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보안 요원의 안내에 따라 입장하면 좌석마다 오디오 기기가 놓여있고 대형 유리창 안으로 전체 의원들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다.

본회의가 시작되면 휴대폰은 무음으로 바꿔야 하고 내부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

영국 웨일스 의회 세네드(Senedd) 건물의 중심에 있는 대형 원형 토론실. 주요 회의장으로 사용되는 공간으로 웨일스어로는 샴브르(Siambr)라고 읽는다. ⓒ News1 조아현 통신원

오디오 헤드셋을 끼고 채널 1번으로 조정하면 유리창 내부로 보이는 본회의에서 드레이크포드 제1장관과 의원들의 질의하는 내용과 답변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의원들이 웨일스어로 질의할 경우 영어로 동시통역이 곧바로 진행된다.

의원들이 모두 착석하자 드레이크포드 웨일스 정치수반이자 제1장관 맞은편에 있는 엘린 존스 의장이 본회의 시작을 알리고 사전에 질의를 요청한 의원들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진행을 시작했다.

본회의 첫 번째 순서는 대정부 질문이다. 공공서비스 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부터 지방정부 지원예산 증액 요청, 경제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전략 점검, 지역별 편차가 큰 응급 의료헬기 지연 문제, 최근 기록적 수치를 나타낸 노숙자 지원방안, 국민건강서비스(NHS) 향상을 위한 대책, 오프콤(Ofcom)의 우편배달 서비스 축소로 인한 소외계층 지원방안 등 굵직한 정부 현안부터 경제, 보건, 복지분야까지 폭넓은 질의가 쏟아졌다.

본회의 이전에 미리 질의 목록을 받았다고는 해도 제1장관의 답변은 빈틈없이 곧바로 이어졌다.

거센 반박이나 고성이 오가기 보다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의원들을 납득시키고 동조를 구하는 드레이크포드 제1장관의 답변에서 연륜과 리더십이 묻어났다.

사안에 따라 고개를 젓는 소수 의원도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응하는 대다수 동료 의원들의 눈에서는 그를 향한 깊은 신뢰와 존경심이 드러났다.

당초 45분으로 예정됐던 대정부질문은 1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이후에는 정부 사업 발표, 웨일스 독립위원회 최종보고서 관련 제1장관의 성명 발표, 기후변화장관 성명 발표, 의원 선출 선거 기한을 기존 5년에서 4년 주기로 변경하고 의원 수를 기존 60명에서 96명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포함한 법안 변경 토의, 투표 순서로 이어졌다. 본회의는 약 6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날 본회의 방청객석에는 20대 청년부터 50대, 6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참석했고 참석자들의 인종적 배경도 다채로웠다.

본회의에 방청객으로 앉아있던 교사 에밀리(46)는 "세네드는 이번이 5번째 방문이 되는 것 같다"며 "열정적으로 정치가를 꿈꾸는 큰딸 때문에 왔는데 웨일스 의회는 웨스트민스터보다 영향력 측면에서 적을지 모르지만 웨일스 사람들의 다정함과 잉글랜드와는 다른 여유로운 분위기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층에서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카디프 베이의 바다 전경이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자주 오고 싶어진다"고 덧붙였다.

세네드는 본회의가 종료되면 그날 안으로 투표 결과는 물론 회의에서 다뤄진 모든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한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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