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정선아 “아이 낳고 와도 잘할 수 있다는 본보기 되고파”

서정민 기자 2024. 1. 31. 13: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우 정선아는 두려웠다.

아이는 축복이지만, 임신과 출산 이후 무대로 잘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는 "10년 전보다 잘할 수 있을까, 10년간 사랑받아온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이 또한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23년차 배우가 된 그는 "나를 보면서 오는 후배들에게 나이 들고 아기 낳고 와도 열심히 하면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산 뒤 복귀작 ‘이프덴’으로 여우주연상
10년 만에 ‘드라큘라’ 미나 역 맡아 열연
뮤지컬 배우 정선아. 오디컴퍼니 제공

배우 정선아는 두려웠다. 아이는 축복이지만, 임신과 출산 이후 무대로 잘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신체 변화도 크고 고음도 잘 안 나온다던데, 사람들이 ‘정선아 옛날 같지 않네’하면 너무 상처받을 것 같았어요.” 지난 3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선아가 처음 임신했던 2021년 당시를 떠올렸다.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이후 ‘지킬 앤 하이드’ ‘모차르트!’ ‘아이다’ ‘위키드’ 등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였다. 임신과 출산이 자신을 어떻게 바꿀지 종잡을 수 없었다. 임신 때부터 운동과 보컬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2022년 5월 예쁜 딸을 낳았다. 이제는 80㎏까지 불은 몸무게를 빼야 했다. 출산 후유증으로 손목이 아파 손을 쓸 수 없어 걷기 운동부터 시작했다. 땀복 입고 러닝머신에서 뛰고, 낫토·연두부·달걀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했다. “그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뮤지컬 ‘이프덴’에 출연한 정선아. 쇼노트 제공

그해 말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프덴’은 어려운 작품이었다. 한국 초연인데다, 인생의 선택지에서 두가지 다른 삶을 사는 여자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해 노래하고 많은 대사를 소화해야 했다. ‘몸도 안 따르고 기억력도 떨어졌는데, 이걸 하는 게 맞나?’ 수없이 자문했다. 결국 연습만이 답이었다. 잠도 안 자고 연습을 거듭한 노력은 지난 15일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으로 돌아왔다. “고민과 두려움이 많았던 복귀작으로 상을 받으니 감개무량했어요.”

복귀작으로 시동을 건 그는 지난해 국내 초연작 ‘멤피스’로 내달렸다. 1950년대 미국 흑인음악 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 펠리샤 역이었다. “다시 춤출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원 없이 춤추고 고음을 내질렀어요.” ‘멤피스’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이상) 등 5관왕에 올랐다.

정선아는 지금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드라큘라’(3월3일까지)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사랑하는 여자주인공 미나로 열연하고 있다. 2014년 ‘드라큘라’ 초연에 출연한 이후 10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10년 전보다 잘할 수 있을까, 10년간 사랑받아온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이 또한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드라큘라’에 출연한 배우 정선아. 오디컴퍼니 제공

“10년 전 초연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노래도 버거웠고, 약혼자를 버리고 드라큘라에게 가는 미나의 감정도 이해할 수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전생과 현생에 걸친 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것 같아요. 장면마다 미나의 감정에 따라 목소리 질감과 톤을 바꾸는 식으로 그의 마음을 표현했죠. 그렇게 미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연기하니 너무 재밌어요.”

‘열일’ 모드로 잇따른 도전에 나선 건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올해로 23년차 배우가 된 그는 “나를 보면서 오는 후배들에게 나이 들고 아기 낳고 와도 열심히 하면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전에는 무대에서 힘 잔뜩 들여 어떻게든 악바리처럼 했다면, 이제는 힘 빼고 하는데도 노래도 연기도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달까요. 아이 낳고 달라진 점이죠. 쉬는 날에도 일찍 일어나 아이와 놀면 힘이 나요.”

뮤지컬 배우 정선아. 오디컴퍼니 제공

목표를 묻자 그는 36년차 배우 최정원 얘기를 꺼냈다. “‘멤피스’ 때 최정원 선배님과 분장실을 같이 썼는데, 소녀와 함께 지내는 것 같았어요. 늘 에너지 넘치면서 주변 사람들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뮤지컬의 길을 주욱 가며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앞으로 작은 역할이어도 메시지가 좋은 작품, 아직 안 해본 새로운 도전도 늘 하고 싶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