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엔 직원 하마스 공격 연루' 책임 유엔총장 퇴진 요구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활동 중인 유엔 직원 일부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된 데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책임을 지라며 퇴진을 요구했다.
3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구테흐스가 유엔 사무총장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는 UNRWA 직원 12명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에 연루됐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카츠 외무장관은 폴리티코 모회사인 독일 매체 악셀스프링거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당연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책임이 있다"며 "구테흐스는 사임하거나 유엔이 그를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하마스의 공격이 공백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이스라엘이 "56년간의 숨막히는 점령"을 자행했다고 비난한 후로, 유엔과 수개월 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6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가자지구에 대한 지속적인 보복 폭격을 가한 이스라엘을 비난하자, 이스라엘은 12명의 유엔 직원이 하마스의 공격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은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 같은 조치에 카츠 외무장관은 "인도주의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각 국가들이 올바르게 행동했다"고 옹호했다.
UNRWA는 자신들이 하마스나 다른 무장단체를 고의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유엔은 혐의를 철저히 조사하고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유엔은 하마스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직원 중 9명을 해고했다. 다른 한 명은 사망했으며 두 명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8일 성명을 통해 일부 유엔 직원의 하마스 공격 가담에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비판하며서도 "가자지구의 200만 민간인은 생존을 위해 UNRWA의 중요한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CNN에 따르면 유엔 직원들 중 일부가 하마스의 공격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10여개국이 UNRWA에 대한 분담금 지급을 중단했다. 지원금 중단을 표명한 상당수 국가는 30일 저녁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만나 가능한 조치들에 대해 논의했다. 유엔 관리들은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대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산하 여러 인도주의 기관 수장들은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철회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그 어떤 단체도 가자지구 220만명이 긴급히 필요로 하는 지원의 규모와 (지원)폭을 제공할 능력이 없다"고 충고했다.
이스라엘은 아직 공개적으로 유엔 직원의 하마스 연계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미국은 "그러한 의혹들을 조사할 능력이 없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제기한 의혹들은 "매우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카츠 외무장관은 악셀스프링거에 "우리는 이 증거를 수집해 미국과 독일 등 다른 모든 국가에 보낼 것"이라며 "구테흐스는 하마스와의 협력 징후는 물론 구호단체의 행동에 관한 많은 불만과 정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카츠 장관은 "UNRWA는 해결책의 일부가 아니라 문제의 일부"라며 그는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새로운 기관이 개발돼야 하며 "아랍 국가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개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UNRWA가 하마스와 거의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UNRW는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에 있는 난민 수용소에서 학교, 보건소, 구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자지구에만 1만3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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