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 많이 했다" 쉽지 않았던 첫 FA…하지만 새롭게 생긴 목표, 홍건희는 자신을 더 '채찍질'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두산 베어스 선수단은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024시즌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시드니로 떠났다.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지 못한 탓에 창단 42주년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후 두산과 다시 한번 손을 맞잡은 홍건희도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9순위로 KIA 타이거즈 선택을 받은 홍건희는 2020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했다. KIA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투수였지만, 홍건희는 두산에서 제대로 꽃을 피웠다. 홍건희는 이적 직후 50경기에서 3승 4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매김했고, 2021시즌부터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홍건희는 2021시즌 65경기에 등판해 74⅓이닝을 소화, 6승 6패 17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78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22시즌에도 2승 9패 9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48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에는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인 탓에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오는 상황을 겪었지만, 시즌을 마친 시점에서 성적은 1승 5패 5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3.06으로 나쁘지 훌륭했다.
두산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난 홍건희는 2023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손에 넣었는데, 에이전트를 교체하는 등의 사유로 스토브리그 초반 두산과 좀처럼 만남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이 홍건희를 원하고, 홍건희도 두산의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이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극적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홍건희와 두산의 계약 규모는 2+2년 최대 24억 5000만원(계약금 3억원, 연봉 총액 21억원, 인센티브 5000만원)이다. 이번 계약에는 '선수 옵션'이 포함돼 있다. 홍건희는 첫 2년 동안 9억 5000만원을 받고, 이후 옵션을 행사할 경우 향후 2년 동안 15억원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지난 29일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난 홍건희는 "계약이 많이 길어져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팬분들께서도 마음고생을 하셨다고 들었다. 그래도 계약을 하고 나니 후련하다"며 "이제 호주로 가서 몸을 잘 만들어서 어떻게 한 시즌 동안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 가서 준비 잘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두산과 홍건희 양측이 서로를 원하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계약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자주 만나지 못한 것은 물론 최초 단계에서는 계약 규모에서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난항을 겪었던 만큼 계약 직후 동료들의 축하 메시지는 홍건희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기본적으로 모두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리고 '같이 하게 돼 좋다'는 말도 해주더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협상이 길어졌을 때 마음고생을 했던 것에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홍건희가 동료들로부터 환영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두산에 잔류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두산으로 이적한 뒤 그만큼 동료들을 잘 챙긴 '인품'도 한몫을 했다. 때문에 투수들은 홍건희가 계속해서 투수 조장을 맡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에 홍건희는 "캠프로 가서 코치님들과 상의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내가 하기 싫은 것보다는 이제는 밑에 동생들도 한 번씩 조장을 겪어봐야 할 시기가 왔다. 이제는 후배들이 맡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었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지만, FA 권리를 행사해 보니 어땠을까. 홍건희는 "처음에는 FA를 할 줄 몰랐는데 하게 되니 설레고, 기분도 좋았다. 들떠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FA를 해보니 협상이라는 것이 쉽지 않더라. 의도치 않은 일 때문에 난항도 겪었고, 여러모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야구 선수 인생에서 FA 계약을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말이 있지 않나. '열심히 달려왔구나'하는 생각과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홍건희의 계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년의 옵션이다. 이는 두산이 아닌, 홍건희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그는 "옵트아웃 제도인데, 샐러리캡과 여러 문제로 인해 (계약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4년 뒤를 바라보기에는 나이 많다 보니, 잘 준비해서 다시 기회가 온다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며 "FA 계약을 해도 당연히 열심히, 잘해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건희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일단 '마무리' 자리를 되찾는 것이다. 이승엽 감독은 29일 출국 당시 정철원을 마무리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못을 박지는 않았다. 때문에 연습-시범 경기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경험이 풍부한 만큼 언제든 뒷문을 담당할 수 있다. 홍건희는 "마무리 욕심은 당연히 있다. 작년의 경우 보직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다시 한번 잘해서 자리를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라며 "만약 마무리가 안 되더라도 다른 위치에서 잘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FA 계약을 맺은 후 맞는 첫 시즌 홍건희가 다시 마무리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2년의 동기부여까지 만들 만큼 홍건희는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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