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배우 이시강, 어떻게 '시청률의 사냥꾼'이 되었나?

강경윤 2024. 1. 31. 12: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BS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장기윤(이시강 분) 그렇게 악행을 많이 하더니 죽은 모습을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우아한 제국' 시청자 댓글)

KBS '우아한 제국'에서 악역을 맡은 이시강(38)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다. 장기윤의 비극적인 결말에 환호하는 반응이 유독 많다. 그만큼 내면이 뒤틀려버린 괴물 장기윤을 표현한 이시강의 연기가 실감이 났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중도 투입된 이시강은 첫 촬영장에서부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잘할 수 있지?'란 주변 사람들의 믿음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시강은 본인의 연기를 했고, '우아한 제국'은 높은 화제성 속에 두 자릿수 시청률로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 됐다. 중간 투입됐음에도 이시강은 이례적으로 KBS 연기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시강은 그동안 출연한 작품마다 시청률 복이 많았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후회 없이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침 시간 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SBS '해피시스터즈', 시청률 효자 드라마 역할을 톡톡히 했던 KBS '비밀의 남자', '으랏차차 내 인생' 당시에도 이시강은 "진짜 열심히 했다"란 소감만 겸손하게 밝힐 뿐이었다.

이번에 '우아한 제국'으로 데뷔 15년 만에 첫 연기상을 받은 이시강은 의외로 덤덤한 모습이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과거에는 시상식에 정말 가고 싶었고 상도 받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시간이 지난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시강을 처음 봤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눈에는 굳이 숨기지 않은 열정이 가득했다. 소위 '독기'라고밖에 볼 수 없는 근성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시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해 긴 축구 선수 생활을 거쳐 군대에 갔고, 그곳에서 독학한 일본어 실력으로 현지에서 가수로 데뷔했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이시강은 연기자로 변신했다. 그는 신이 자신에게 내려준 유일한 재능은 '노력'이라고 믿는 배우가 됐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 아니에요. 배우라는 목표가 워낙 강하다 보니까, 제 생활은 단순해요. 일하거나, 대본 외우며 일을 준비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대본을 정말 열심히 보는데 그렇게 준비할 때 고통스럽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커져요."

이시강에게는 '열심히'라는 단어가 늘 따라다닌다. 그중 하나가 골프다. 이시강은 "연기에 도움이 될 테니 배워봐라."라는 조언을 듣고 매일 10시간이 넘게 골프 연습을 했다. 골프 클럽을 손에 잡은 지 4년 만에 이시강은 한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서 72타 기록을 세웠다. "성취감이 어떤 감정인지를 아니까 힘들더라도 '돌아이'처럼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강에게 피아노 연주도 그랬다. 그는 뮤지컬 '웨딩플레이어'에서 피아니스트에 도전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도 손가락으로 칠 수 없는 그는 극 중 8곡을 연주해야 했다. 1인극이기 때문에 대사량도 많았다. 이시강은 곧바로 전자 피아노를 사서 연습에 돌입했다. "발전할 수 있다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소신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독기' 넘치는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하나."라고 묻자, 이시강은 "다들 내가 지칠까 봐 걱정된다고 했지만 15년 동안 변치 않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인정해 준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10년 전 '빨리 서른이 되고 싶다'던 이시강은 이젠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40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른여덟 살이 된 이시강에겐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더욱 선명하고 강렬한 것으로 보였다.

이시강에게 연기란 뭘까. 그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놀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NG를 내는 것도 용납하지 못했었어요. 지금은 달라졌어요. 이제는 '실수하면 어때', '감독님과 의견 차이가 나면 어때, 더 좋은 쪽으로 가면 되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과 현장에서 합을 맞춰서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고요. 관찰하면서 배워나가는 것도 정말 좋아요. 직업에 대한 만족도요? 당연히 100%죠. 행복해요. 매일매일."

kykang@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