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평가? 허웅은 여전히 성장중

김종수 2024. 1. 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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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를 꼽으라면 KCC 이지스 주전 슈팅가드 허웅(31‧183.5cm)을 빼놓을 수 없다. 고정 팬을 몰고 다니는 흔치 않은 선수 중 한명으로 한창때 이상민에 비견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올스타전 인기투표 등 인기 관련 투표에서 ‘1위는 일단 허웅, 2위부터 경합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명실상부한 KBL 아이돌이다.


하지만 최고스타가 꼭 최고 실력자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허웅이 최고 인기스타인 것은 맞지만 기량적인 면에서 탑급이냐고 묻는다면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한팀의 주전급임은 분명하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본인의 포지션인 2번에서만 따져봐도 그렇다.


허웅에게 높은 인기는 양날의 검이다. 인기로 인해 이름값이 유독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인기만큼 기량에 대한 검증론도 함께 따라붙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허웅은 스타의 멘탈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높은 관심에 따른 부담감과 이런저런 상대적 비교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나갈줄 안다.


‘농구 대통령의 장남’,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허웅의 부친 허재는 대한민국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레전드다. 농구를 시작할 무렵부터 허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당연스레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고 일거수일투족에 부담스러운 시선이 쏟아졌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선수 출신 부모를 둔 자녀들은 농구인으로 살아가는 내내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모의 현역시절 이름값이 높을수록 그 수치는 더 올라간다. 하물며 허재의 아들이다. 허웅의 노력이나 자질과는 별개로 ‘허재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기대감이 함께하고, 조금만 못해도 ‘허재 아들이 저 정도밖에…’라며 필요 이상의 혹평이 쏟아질 수 있다.


허웅은 그러한 관심과 비교 속에서 농구를 해왔다. 한술 더 떠 동생 허훈(29‧180cm)의 존재는 부친과의 비교 이상의 압박을 안겨줬을 공산이 크다. 둘은 형제다. 본인들은 별다르게 의식하지 않아도 주변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비교를 하기도 한다. 냉정하게 선수에 대한 평가에서는 허훈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허웅이 못하는 것이 아니다. 허훈이 너무 잘할 뿐이다. 허웅도 한팀의 주전급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허훈은 리그 최고의 1번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탄탄한 근육질 육체에 빼어난 운동신경까지…, 그의 플레이에서 한창때 부친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상민, 김승현, 양동근 등 역대급 포인트가드 계보를 이을 강력한 후보다. ‘잦은 부상외에는 흠잡을데가 없다’는 극찬까지 쏟아질 정도다.


허웅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상당할 듯 하지만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만 놓고 봤을 때는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동생은 동생이고 나는 나다’, ‘동생은 1번으로서 최고고, 난 2번으로서 최고를 향해 달려가면 된다’는 쿨한 마인드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봐도 허훈은 물론 누구와 맞붙어도 위축되는 법이 없다.


자신감을 바탕으로한 멘탈만큼은 부친, 동생 못지않은지라 승부처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하며 해결사 본능을 드러내기도 한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위축되는 선수가 있는 반면 반대로 승부욕이 더욱 불타오르는 케이스가 있는데 허웅은 후자다. 위기일수록 당찬 플레이로 가속을 내버린다.


허웅은 최근 지옥과 천당을 연달아 겪었다. 25일 대구체육관에서 있었던 한국가스공사와의 일전은 지옥이었다. 이날 KCC는 연장접전 끝에 100-98로 분패했다. 연장전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경기 종료 0.8초전까지 87-85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허훈이 실수를 저질렀다.


샘조세프 벨란겔이 0.8초를 남겨놓고 하프라인 너머에서 버저비터를 시도했다.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공격으로 행운에 기댈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허웅의 파울이 선언됐고 한국가스공사에게 3개의 자유투가 주어지고 말았다. 허웅이 반칙을 저지른 상황에서는 이미 경기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며 해당 부분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았던 플레이였음은 사실이다.


보통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치는 클러치 실책을 저질렀을 경우 해당 선수의 사이클은 확 다운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쉬움, 분노, 미안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쏟아지며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가스공사 전 패배 이후 허웅의 페이스가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왔다.


허웅의 멘탈은 예상보다 더 단단했다. 이전 경기의 아쉬움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경기력을 유지한 것을 넘어 에이스 모드로 대폭발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29일 있었던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가 바로 그것으로, 이날 허웅은 32분 43초를 뛰면서 32득점, 5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3점슛은 무려 10개를 터트렸는데 이는 그의 한경기 최다 3점슛 기록이다.


KBL 통산 한 경기 최다 3점슛 공동 7위에 해당된다. 3점 라인이 확대된 후 기준으로는 조성민과 함께 공동 1위다. 허웅의 남다른 멘탈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로 향후 본인의 농구 인생을 돌아볼 때 손꼽힐만한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될 듯 싶다. 그가 리그 에이스급인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허웅이라는 선수는 여전히 성장중이다는 사실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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