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원클럽맨’의 뒤통수[뉴스와 시각]

정세영 기자 2024. 1. 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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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계가 또다시 떠들썩하다.

김종국 전 KIA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간 숱한 사건과 사고가 있었지만, 1군 감독이 배임수재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프로야구 42년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김 전 감독은 검찰의 수사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29일, KIA로부터 전격 해고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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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체육부 차장

프로야구계가 또다시 떠들썩하다. 김종국 전 KIA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간 숱한 사건과 사고가 있었지만, 1군 감독이 배임수재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프로야구 42년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김 전 감독은 검찰의 수사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인 29일, KIA로부터 전격 해고 통보를 받았다. 30일엔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다. 현재 김 전 감독은 한 커피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감독은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고 하소연한다. 구속 영장은 기각됐지만 향후 치열한 법정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 전 감독은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원클럽맨이다. 지난 1996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해태(현재 KIA)에 입단, 14시즌(1996∼2009년) 동안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후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찬 김 전 감독은 팀 내 간판 2루수로 활약했다. 1996∼1997년, 2009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고, 2002년엔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과 도루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또 금메달을 목에 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4강의 신화를 일군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작전·주루·수석 등 주요 코치 보직을 섭렵했다. 1군 사령탑 자리에 오른 것은 2021년 12월. 취임 당시 김 전 감독은 “기쁘고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KIA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김 전 감독은 지난 24일 검찰로부터 구속 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를 받았다. KIA는 25일 사건을 인지했다. 이후 27일 김 전 감독과의 면담이 이뤄졌고, ‘사실이 맞다’라는 답을 들었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정도로 중대한 사안. 하지만 김 전 감독은 사흘 넘게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구단은 제보자로부터 관련 사실을 알았다. 취임 당시 책임감을 강조했던 김 전 감독은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검찰은 김 전 감독이 2022년 7월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해당 업체 회장을 만나 수표로 6000만 원을 받은 정황을 구속 영장에 담았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선 그간 공공연하게 숨겨져 있는 ‘스폰서 문화’의 치부가 드러났다는 말이 나온다. 프로야구 스폰서 문화는 선수와 코치들 사이에서는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과 코치들 주변엔 늘 ‘스폰서’라 불리는 인물들이 있다. 한 야구인은 “김 전 감독의 이번 사례가 야구계에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는 미래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이쯤 되면 ‘백약이 무효’다. 잘못된 판단으로 공든 탑을 무너뜨린 동료들이 학습 효과로 이어지지 않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구단에는 더 큰 민폐를 끼쳤다. 이미 구단의 이미지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KIA는 스프링캠프 시작을 앞두고 사실상 손발이 묶였다.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2024시즌 구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감독마저 추한 스캔들에 휘말린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정세영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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